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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치는 후금의 장수…매주 수요일 찬사 쏟아지는 웹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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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칼부림'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 [자료 네이버 웹툰]

'웰메이드 사극 웹툰'
네이버 웹툰 '칼부림'에는 이런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웹툰 '칼부림' 작가 고일권 인터뷰 #이괄의 난부터 정묘호란 배경 #탄탄한 고증에 역사 마니아 열광

'칼부림'은 17세기 초 이괄의 난과 정묘호란이 배경인 정통 시대극이다. 이괄의 난에 참여했다가 역적이 되어 떠돌다가 후금(청나라)에 투신하는 주인공 함이의 기구한 인생 역정을 다룬다.

대중적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작품은 아니지만 역사 마니아들의 지지가 뜨겁다. 매주 수요일 새 회차가 올라오면 댓글창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찬사로 가득하다.

  조선 정조 때 정리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나오는 조선시대의 마상 편곤 [중앙포토]

조선 정조 때 정리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나오는 조선시대의 마상 편곤 [중앙포토]

웹툰 '칼부림'에 등장하는 마상 편곤의 모습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 등장하는 마상 편곤의 모습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조선군이 화기를 사용하는 모습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조선군이 화기를 사용하는 모습 [자료 네이버 웹툰]

독자들이 무엇보다 열광하는 것은 탄탄한 고증. 칼과 활만 난무하던 기존 사극에서 보기 어려운 편곤(鞭棍·도리깨 모양으로 만든 무기)이 등장하고, 당시 체형을 감안한 듯 장수들도 땅딸막한 키로 그려지는가 하면, 함경도 사투리는 물론 만주어도 나온다.
또 인조·광해군·이괄·최명길 등 굵직한 역사적 인물 외에 항왜(降倭·임진왜란 때 조선에 투항한 일본군), 상인, 승려, 만주족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통해 시대를 입체적으로 그렸다. 호란을 초래했다고 비난받는 인조 정권, 조선을 침략한 후금에 대해서도 일방적 묘사 대신 사료와 학계 연구를 토대로 상황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팩션이 넘쳐나는 시대에 정통 사극에 목마른 독자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존재인 셈.

당초 네이버 웹툰 베스트도전(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올리는 공간)에 등장했다가 호평 속에 정식 연재로 승격됐다. 2013년 12월 시작한 연재가 만 8년째. 이괄의 난에 참여했던 함이는 시즌 4부에 접어든 현재, 후금의 군대에 합류해 조선을 공략 중이다.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에게 작품에 대해 물었다.

웹툰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 캐리커쳐 [자료 고일권 작가]

웹툰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 캐리커쳐 [자료 고일권 작가]

-주인공이 조선을 치는 후금의 장수가 된 것은 대담한 연출이다. 독자들의 반감이 두렵진 않았나
='어차피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국적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했다. 독자들이 반감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잘 묘사되지 않았던 후금 측 이야기를 녹여보고 싶었다. 조선을 아프게 했던 그 나라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흥미를 자극했다. 그들을 악마와 승냥이라는 위치에서 동등한 사람의 위치로 돌려놓는다면 더 극적인 역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 조선이 다른 나라의 역사와 시공간적으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이'라는 가상 인물을 통해 독자들이 명·청교체기 한복판에 온전히 들어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웹툰 '칼부림'에서 후금군의 장수가 된 주인공 함이(가운데)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후금군의 장수가 된 주인공 함이(가운데)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후금군의 진격 모습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후금군의 진격 모습 [자료 네이버 웹툰]

-복식, 무기, 언어 등 고증에 극찬이 이어진다. 어려움은 없었나.
=작품을 준비한 게 2010년이고 데뷔가 2013년이다. 그 3년간 맨 땅에 헤딩하듯 자료를 수집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 필요하다 싶은 책과 도록을 다 샀다. 기존 작품을 참고하되, 답습하지 않으려 했다. 애초 사극을 시작한 이유가 기존 사극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되었기에 고증은 중요한 부분이다. 독자들이 온전히 그 시대로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신경을 쓴다. 좌충우돌했지만 좌고우면하지 않고 요령을 피우지 않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웹툰 '칼부림'의 주인공 함이는 이괄의 난에 참여했다가 역적이 되어 쫓기게 된다.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의 주인공 함이는 이괄의 난에 참여했다가 역적이 되어 쫓기게 된다. [자료 네이버 웹툰]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항왜 집단이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는 게 인상적이다.
=항왜들은 본향에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죽을 때까지 돌아가지 못한 이방인들이다. 더러 조선에 순응했고 더러 저항하며 흡수됐다. 이들도 지금의 한국인을 이룬 집단 중 하나다. 당시 조선에는 항왜 뿐 아니라 임진왜란 때 파병된 명나라 군대의 후손, 후금을 피해 도망친 요동의 사람들, 후금에 복속하지 않은 여진족, 심지어 표류한 네덜란드인 등 생각보다 여러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조선인과 몸을 부대끼고 살았다. 원하든 아니든 나라의 강약을 떠나 떨어져 나온 자들은 언제나 고단한 법이다. 그 고단함이 와 닿았다. 그들의 여정이나 혹은 그 존재만으로도 울림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웹툰 '칼부림'에서 항왜 서아지는 주인공 함이의 양아버지로서 극 초반 전개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항왜 서아지는 주인공 함이의 양아버지로서 극 초반 전개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사진 네이버 웹툰]

-독자들이 열광하는 게 그런 지점이다. 시대 연구는 어떻게 했나?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있었고, 그 편린을 가져다가 작가적 상상을 더해 작품화한 것뿐이다. 작품을 준비할 당시 논문들을 보면서 '이렇게 연구가 활발한데 왜 대중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되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품 초반 등대 역할을 한 건 한명기 명지대 교수의 『정묘, 병자호란과 동아시아』라는 책이다. 17세기 초 시대 분위기를 어느 정도 체득할 수 있었다.

-8년간 연재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하면 할수록 사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마감하는 건 모든 작가가 힘들어하는 일이지만, 거기에 실시간으로 자료를 찾고 논문 읽기를 병행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웬만하면 모든 자료를 찾으려고 원고 작업과 자료 조사를 병행하지만, 내 능력을 넘어서면 가끔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나?) 아니다. 애니메이션과를 전공했다.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

웹툰 '칼부림'에서 정묘호란의 장면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정묘호란의 장면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는 요즘 웹툰 작가들처럼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그린 뒤 스캔해서 보내는 방식을 고수한다. 고 작가는 "사람이다보니 익숙한 방식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진성 작가]

웹툰 '칼부림'의 고일권 작가는 요즘 웹툰 작가들처럼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그린 뒤 스캔해서 보내는 방식을 고수한다. 고 작가는 "사람이다보니 익숙한 방식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진성 작가]

-기존 역사물과 달리 호란에서 조선의 분전이 인상적이다. 후금의 입장도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입체적 연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역사를 결과론적으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의 지식과 시각을 온전히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시대를 개혁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불과 1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반성한다는 핑계로 당대인들의 삶을 함부로 부정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역사의 끄트머리에 존재하는 최종 결과물이 아니지 않나.

웹툰 '칼부림'의 주인공 함이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의 주인공 함이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이괄의 난을 일으킨 이괄(가운데)과 함이(오른쪽) [자료 네이버 웹툰]

웹툰 '칼부림'에서 이괄의 난을 일으킨 이괄(가운데)과 함이(오른쪽) [자료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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