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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걱정, 안가도 걱정’ 유세…매번 코 쑤시고 ‘대선버스’ 탄다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렛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를 마친 뒤 거리인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거리 플렛폼74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를 마친 뒤 거리인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8일 오후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대학로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자리엔 지지자 수십명이 몰려들었다. 당 관계자들이 ‘지금은 이동 중’ ‘거리 두기’ ‘코로나 위험, 셀카와 악수 자제 부탁’과 같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지만 밀려드는 인파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한 시민이 셀카를 찍기 위해 윤 후보 가까이 서자 윤 후보는 그와 함께 카메라 렌즈를 응시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로 전국을 순회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유세 현장도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이 후보가 지난 3일 전북 군산 신영동의 공설시장을 방문해 손을 흔드는 사진에는 수십 명의 취재진과 지지자, 당 관계자들이 다닥다닥 무리 지어 붙어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후보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시민은 부지기수였고, 일행이 이동할 때마다 부대끼는 일도 잦았다.

지난 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000명을 첫 돌파하는 등 최근 코로나 사태는 확산일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 후보들의 전국 유세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갑자기 지지자가 밀집하는 등 방역 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돌발 상황에 대비할 방안이 없어서다. 거리 두기가 가능하게끔 현장에서 몰려드는 시민들을 강제로 떼어놓다가 지지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역효과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측은 일단 지역 방문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후보는 10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 방문을 방문 중이다. 매타버스 일정을 담당하는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서울과 대구의 방역 상황이 차이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1월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행보 사흘째인 11월14일 오후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방문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 후보 역시 10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강원 지역에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일 중앙선대위 출범 행사 뒤 첫 지역 일정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9일 오전 선대위 회의 직후 “야외 활동을 지양하고 (방역이 가능한) 실내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겠느냐”며 “추가 방역 방안을 전문가들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후보 캠프는 내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선대위 확진자가 지역 감염 원인으로 지목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미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를 포함해 서울에서 지역으로 이동하는 매타버스 담당자 전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음성’ 결과를 받아든 사람만 일정에 참석할 수 있다. 이 후보와 지역 인사들과의 개인적인 오·만찬 일정도 취소했다.

윤 후보 캠프에서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단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도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윤 후보 측은 “최근 윤 후보와 김 전 의원이 함께 회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캠프 내 다른 인사들과는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긴급하게 동선 파악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완벽한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야외에서 주로 이뤄지는 유세 현장에선 백신 접종 여부를 알 수 있는 QR코드 체크 인이나 체온 측정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후보 본인이 자가 격리 대상이 되면 오랜 기간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후보들이 지역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선거를 80여일 앞두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빙 상황에서 여론조사에도 잡히지 않는 바닥 민심을 파고들려면 직접 지역을 찾아 유권자의 손이라도 한 번 더 잡는 ‘저인망’ 선거 운동 방식이 중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오랜 선거 공식이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여론조사에선 쭉 뒤지다가 막판 뒤집기로 당선된 한 야당 중진 의원은 “후보가 특정 지역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지역 바닥 민심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더군다나 대선과 같은 전국 선거 때는 지역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들의 지역 방문 요청을 뿌리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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