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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만 5년 94조…첫 탄소 중립 계획 나왔지만, 비용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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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부가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에너지 분야 종합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탄소 중립을 달성을 가속화 해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은 숙제다. 전문가는 결국 차기 정부에서 전기 요금 인상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재생 전환에만 5년간 약 94조

산업, 에너지 탄소 중립 비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산업, 에너지 탄소 중립 비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0일 정부는 청와대에서 ‘탄소 중립 선도기업 초청 전략 보고회’를 가지고 ‘산업·에너지 탄소 중립 대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은 탄소 중립 비전 선포 1주년이다.

정부는 산업·에너지 분야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원 비중 3.6→70.8%(20배) ▶청정수소 지급률 0→60% ▶친환경 고부가 품목 비용 16.5→84.1%(5배) ▶제조업 탄소집약도 86% 감소 ▶수출 순위 6→4위라는 5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산업구조 저탄소 전환 ▶탄소 중립 신산업 육성 ▶공정 전환 5가지 전략도 내놨다.

특히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 오는 202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94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 중 민간 기업이 33조원, 정부가 61조원을 쓴다. 재생에너지 확대 위해 제도도 개선한다. 우선 정부는 빠른 재생에너지 보급 위해 계통체계를 먼저 구축하고, 발전소를 나중에 짓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전력 계통 설비 구축이 늦어 발전소를 지어도 쓸 수 없는 경우가 있었다. 탄소 배출이 적은 발전원을 우선 사용하는 환경 급전도 확대한다.

탄소 중립 R&D 2배…특별법 제정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시스템 혁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시스템 혁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산업구조 저탄소 전환을 위해서 탄소 중립 연구개발(R&D) 예산도 2배로 늘린다. 2030년까지 산업 R&D의 30%를 탄소 중립 관련에 쏟는다는 게 정부 목표다. 또 탄소 중립 관련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세액 공제도 확대한다. 현재 일반 R&D 대기업 2%, 중견기업 8%, 중소기업 25% 세액공제를 주지만,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하면 20~30%(중소기업 30~40%)로 공제 비율이 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 중립 기술 중 46개를 신성장·원천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게 기획재정부에 요청해 놨다”면서 “앞으로 관련 기술이 늘면 지속해서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더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밖에 수출입은행을 통해 저탄소전환을 촉진하는 지원금융과 1조원 규모의 기후대응보증도 신설한다. 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목표 달성에 따라 금리 등이 바뀌는 지속가능연계채권도 새로 도입하고, 이를 위한 녹색분류체계도 현실화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또 탄소차액계약제 같은 탄소 가격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한다. 탄소차액계약제는 정부와 기업이 탄소 가격을 사전에 계약하고, 다음에 배출권 가격이 탄소 계약가격 이하로 내려오면 차액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철강 등 탄소량을 많이 줄여야 하는 산업은 환경 투자 비용보다 나중에 배출권 가격이 낮을 경우 투자 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데, 이런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또 탄소 중립 규제혁신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 걸림돌 규제 제거도 추진한다. 이 같은 대책은 ‘탄소 중립 산업전환 촉진 특별법’으로도 만들 예정이다.

비용 숙제…전기요금 오르나

전남 영암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 효성그룹

전남 영암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설비. 효성그룹

정부가 야심 찬 탄소 중립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이번 대책에서 밝혔듯 향후 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환에만 약 100조 가까운 투자금이 들어간다. 2050년까지로 하면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비용 규모도 문제지만,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지울지도 관건이다. 당장 우려되는 점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실제 정부도 이번 대책에서 “현행 원가주의 요금체계를 단계적으로 정착 시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초 연료비에 따라 분기별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내놨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실제 요금을 올리진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연료비는 물론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승훈 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탄소 중립을 하려면 결국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 인상할 수밖에 없지만, 현 정부에서는 이런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차기 정부에서 원전 확대 여부 등을 결정한 뒤, 요금을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탄소 중립을 위한 필수 전제인 기술 확보도 고민스럽다. 정부는 세제·금융 혜택을 통해 민간 기업의 기술 확보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 확보 실패 시 가져올 부담으로 제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이 주력 업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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