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28만원' 호텔 중식당 예약 다 찼다…코로나 이런 특수

중앙일보

입력 2021.12.08 21:20

업데이트 2021.12.0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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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직장인 이진아(42)씨는 최근 하루에도 몇 차례 식당에 예약 문의 전화를 하는 게 일과가 됐다. 지난달 1일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로 줄줄이 잡힌 연말 모임 장소를 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원하는 식당들은 주중이고 주말이고 예약이 모두 찬 경우가 많아 진땀을 빼고 있다.
이 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2년 가까이 못 본 사람들도 있어 만나기로 했다”며 “룸(방)이 있고 분위기가 깔끔한 식당을 가려 하는데 일주일 전에 예약해도 안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다 비슷한가 보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의 고급 중식당 '덕후선생'의 직원이 점심과 저녁사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예약을 받고 있다. 이소아 기자

서울 종로구의 고급 중식당 '덕후선생'의 직원이 점심과 저녁사이 휴식 시간을 이용해 예약을 받고 있다. 이소아 기자

호텔 뷔페 1월 주말예약도 ‘만석’

코로나19 위기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일부 외식 업장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위드 코로나 발표를 계기로 미뤘던 모임을 하려는 수요가 방역이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급 레스토랑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음식 맛과 분위기가 좋은 ‘핫 플레이스’로 알려진 식당들 역시 코로나로 지친 와중에 ‘특별한 시기’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몰려 ‘예약 대란’이란 말까지 나온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모습. 성인 1인에 15만원 안팎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말과 내년 1월 예약이 거의 찬 상태다. 사진 롯데호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라세느' 모습. 성인 1인에 15만원 안팎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연말과 내년 1월 예약이 거의 찬 상태다. 사진 롯데호텔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따르면 뷔페 레스토랑인 ‘라세느’의 12월 모든 예약이 지난달에 마감됐으며 내년 1월 주말 예약도 80% 이상 찬 상태다. 이 호텔의 한식당 ‘무궁화’는 아예 내년 2월 식사 예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가족 단위의 손님이 몰리면서 주말 룸의 경우 예약률이 이미 90%를 넘어섰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예약 손님들이 ‘룸이 되는지’부터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에 더욱 신경을 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플라자 호텔의 '도원'의 츄셩뤄 수석셰프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중식 오마카세 '양장따츄'를 내고 있다. 사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플라자 호텔의 '도원'의 츄셩뤄 수석셰프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중식 오마카세 '양장따츄'를 내고 있다. 사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오마카세 인기 ‘보는 재미’ 말고도?

다른 호텔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시청 근처 더 플라자 호텔의 중식당 ‘도원’은 11개 룸의 12월 전체 예약이 찼고 단품에 비해 비싼 코스요리 예약 비중도 코로나 전인 2019년 65%에서 올해 75%로 늘어났다. 특히 중식 오마카세(맡김차림)는 인당 28만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예약률은 90%에 육박한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일본어로 ‘당신께 맡깁니다’란 뜻으로 요리사(셰프)가 그날 가장 좋은 재료를 이용해 코스를 내주는 방식이다.
도원의 츄셩뤄 수석 셰프는 “일식이든 중식이든 오마카세는 요리사가 이름을 걸고 직접 식재료를 골라 일일이 검수를 하고 요리하기 때문에 가장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요리를 드시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오마카세 인기가 높아진 것도 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시내와 여의도, 강남 등에 위치한 유명 일식 오마카세 식당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특수를 맞고 있다. 직장인 박모(38)씨는 “친구와 송년회 겸 여의도에 유명하다는 오마카세 집을 가보려고 하는데 한 달 전에 예약이 끝났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혹시 취소되는 팀이 생기면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대기를 걸어 놨다”고 말했다.

'코자차'에서 쓰이는 접시. 청나라 황후의 비누곽으로 쓰던 제품을 복제한 골동품이다. 사진 독자제공

'코자차'에서 쓰이는 접시. 청나라 황후의 비누곽으로 쓰던 제품을 복제한 골동품이다. 사진 독자제공

아주 맛있거나 아주 멋있거나 

일명 ‘맛집’으로 입소문이 난 식당들도 내년 초 예약까지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달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 선정된 ‘코자차’의 경우 내년 1월까지 대기 인원만 80명에 달한다. 이 곳은 한식·일식·중식을 결합한 색다른 장르의 요리와 독특한 식기 등으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어두운 조명의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쯔란갈비·산라분·합이포개면 등 일반 중식당에서 보기 어려운 이색 메뉴를 선보이는 ‘덕후선생’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 주말은 모두 예약이 마감됐고 평일도 룸은 모두 찬 상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코로나 위험이 여전하지만 온라인 교류에 지친 사람들이 ‘만남’의 가치에 목말라하고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며 “거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음식인 만큼 조금 비싸더라도 그런 가치를 주는 식당들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이런 트렌드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음식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갖거나 새로운 고객체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식당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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