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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말라”…미국 ‘달러 결제망’ 러시아 퇴출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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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베이징 올림픽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베이징 올림픽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달러 결제망’ 퇴출을 비롯한 초강수 경제 제재 카드를 검토 중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7일(현지시간) 화상 정상회담에 앞서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 등 유럽 동맹국 정상들과 연쇄 통화회담을 하고 공조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난 6일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을 막기 위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국제금융결제 시스템 접근 차단을 비롯한 다양한 제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SWIFT 접근 차단은 국제 금융거래 퇴출에 해당하는 초강력 제재로, 현재 이란과 북한에 적용되고 있다. 유럽의회도 지난 4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이런 국제금융결제망에서 퇴출을 추진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런 제재를 받으면 국제거래에서 달러를 이용한 수출과 수입 거래가 전면 차단돼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제재가 일반 시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어 러시아가 자국 통화인 루블화를 달러화 및 기타 외화로 환전하는 능력만 박탈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 인사와 에너지 기업을 겨냥한 ‘돈줄 죄기’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 고위 지배층의 자산 동결을 비롯해 여행과 미국 은행·신용카드 시스템 접근 차단 등이 선택지로 꼽힌다. 러시아 대형 은행과 직접투자펀드(RIDF)에 대한 제재, 투자자들의 러시아 국채구매 제한 등도 살펴보고 있다고 미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달러 결제 막히면 러시아 수출입 타격

같은 날 뉴델리 회담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같은 날 뉴델리 회담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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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정상은 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자정)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열었다. 6개월 만에 이뤄지는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사이버보안과 이란 핵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현안이 테이블에 올랐다. 초미의 관심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다. 앞서 미 정보 당국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며 내년 초 침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가 약 17만5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이를 유럽 동맹국과 공유하고, 러시아의 행동을 막는 데 힘을 모아 왔다.

바이든과 통화한 유럽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고, 긴장 해소를 위한 외교적 협력을 강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는 게 백악관의 발표다. 푸틴과의 회담에 앞서 동맹국의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제로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공격을 시도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동유럽 동맹국에서 추가 병력 및 훈련 요청이 늘어난다면 미국은 긍정적인 답변을 줄 것”이라며 동유럽 지역에 대한 병력 증강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번 회담이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미·러 긴장을 다소 완화해 갈등이 극으로 치닫게 되는 것을 예방하는 자리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원하는 것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푸틴의 오랜 전술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속내를 파악하고, 어떤 제재가 효과적일지를 판단하려고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윌슨센터 산하 케넌연구소의  매슈 로잔스키 소장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 병력 배치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미국의 ‘실탄’과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으며,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광범위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의 인도 방문은 국제사회 과시용”

푸틴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일 하루 일정으로 인도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3시간30분간 마라톤 정상회담을 했다고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러시아의 영어 신문인 모스크바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푸틴의 인도 방문을 두고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미국과 협력관계인 인도를 찾아 우호관계와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과 함께 양국 외교·국방 장관의 첫 2+2 회담도 열렸다. 회담 뒤 양국은 국방·무역·에너지·우주기술·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99개 조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러시아는 인도에 54억 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계속 공급하기로 확정하는 등 양국 방위협력의 확대·강화를 발표했다. S-400 방공미사일은 2007년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로 불린다. 2018년 푸틴 대통령의 인도 방문 당시 체결한 계약을 토대로 지난달 공급을 개시했다. 인도는 미국 주도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의 일원이지만, 러시아제 무기체계의 최대 수입국으로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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