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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종전선언 대신 종전성명 표현…미국의 선긋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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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셔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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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 최근 미국 당국자들은 ‘선언’(declaration)이 아닌 ‘성명’(statement)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굳이 다른 표현을 쓰는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측이 공개적으로 ‘종전성명(end of war statement)’이라고 표현한 건 지난달 17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의 한·미·일 차관협의 후 기자회견에서였다. 셔먼 부장관은 “종전성명을 둘러싼 이슈와 관련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만난 미국 당국자들은 반복적으로 종전성명이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는 앞서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직후와는 달라진 측면이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같은 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한국 전쟁을 끝내려는 (한국)정부의 의지”를 설명하며 ‘선언하다’(declare an end to the Korean War)라는 표현을 썼다.

정부는 종전선언의 영문 명칭이 선언이든 성명이든 본질은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미국은 오히려 ‘선언’이라는 용어를 쓴 경우가 드물고, 상대국이 있는 합의는 ‘성명’으로 표현해왔다는 설명도 있다.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 2005년 9·19 공동성명은 모두 영문명이 성명(statement)으로 표현됐다.

전문가들은 위상과 정치적 의미 측면에서 미묘하게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한 전직 고위외교관은 “성명이든 선언이든 법적·정치적 의무는 구체적 내용에 따라 규정되겠지만, 보통 성명이 선언보다 격이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성명은 종전에 대한 한·미의 초기 단계 입장을 정리한 수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종전선언이 정전협정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미국이 용어를 차별해서 쓰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관계자는 셔먼 부장관이 종전성명으로 표현한 이유와 두 용어의 차이가 법적·정치적 효과의 차이를 뜻하는지를 묻는 지난 2일 중앙일보 질의에 “셔먼 부장관의 발언에 덧붙일 입장은 없다. 우리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전념한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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