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토부의 인국공 사장 해임사유, 法은 죄다 인정안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03 06:00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 [연합뉴스]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 [연합뉴스]

 법원이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해임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무리하게 구 전 사장의 해임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3일 본지가 단독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국토부가 해임사유로 제시한 ▶직무수행 소홀▶소속 직원 인사 불공정 등 두 가지 사유 모두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6일 구 전 사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취소 처분 소송에서 해임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 국토부의 해임사유 수용 안 해

 구 전 사장은 2019년 10월 2일 국정감사 당일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국감장을 떠났으나 인천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자택 근처 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쓴 내역이 드러나 논란이 불거졌다.

 또 인사에 관련해 자신에게 항의메일을 보낸 직원을 부당하게 직위 해제했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이에 경위 조사 등을 거쳐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구 사장의 해임을 건의했고, 해임안은 지난해 9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확정됐다.

 그러자 구 전 사장은 "해임사유 자체를 인정할 수 없고 국토부 감사담당자들이 동의도 없이 영종도 사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절차적으로도 위법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 전 사장의 거짓말 여부도 입증 안 돼

 우선 재판부는 '직무수행 소홀'에 대해 "결과적으로 태풍은 북상하지 않아 인천공항은 태풍의 피해가 전혀 없었으며. 태풍의 진로가 원고가 국감장에서 당일 오후 3시 30분에 퇴장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무렵부터 예측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현장복귀를 하지 않고 자택 귀가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장으로서의 재난 상황에 대응한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전경. [연합뉴스]

 구 전 사장이 자택에 귀가한 이후 다시 현장에 복귀했는지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구 전 사장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적시했다.

 직원 징계도 인사권 남용ㆍ갑질 아냐  

 또 구 전 사장이 설령 국회에서 당일의 행적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다소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보고를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법령이나 정관의 규정에 따라 사장으로서의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위반해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상급자의 지시에 불응했다면 복종의무 위반으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지만, 공기업 사장은 국회의원과 상하관계가 아니라 피감기관의 장일 뿐이라는 게 재판부 해석이다.

 '소속직원 인사 불공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해당 직원의 메일 작성 경위와 내용 등을 비춰볼 때 구 전 사장이 항의메일 발송이 인사규정상 직위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 사장으로서 인사업무에 있어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토부 주장 인정해도 해임은 부적절

 또 인사규정에 따르면 사장은 직위해제 사유가 있는 직원에 대해서 직위해제 절차를 개시해 인사위원회에 의결을 요구할 권한이 명백히 있기 때문에 인사위원회에 직위해제 의결을 요구한 것 자체로 인사권 남용이나 불공정한 인사 개입 또는 부당한 갑질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적었다.

구 전 사장의 해임을 건의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구 전 사장의 해임을 건의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게다가 재판부는 설령 국토부가 제시한 해임사유대로 구 전 사장이 사장으로서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해임된 공기업의 기관장은 향후 3년간 공기업, 준정부기관의 임원이 될 수 없는 등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이 상당한 점을 고려하면 해임처분은 그 비위 정도보다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난 3월 있었던 최창학 전 국토정보공사(LX) 사장의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정부가 패소했다. 당시엔 반론권 미보장 등 절차적 문제가 지적됐지만 이번에는 아예 해임사유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어서 더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토부 무리수 여실히 드러난 완패" 

 이에 대해 국토부 전직 고위관료는 "해임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설령 그걸 인정하더라도 해임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판결"이라며 "국토부의 무리수가 여실히 드러난 완패"라고 지적했다.

 동의 없는 가택 압수수색 등은 형사고발감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 전 사장은 "절차를 위반한 압수수색에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며 "인천공항 출근 여부도 변호사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 전 사장의 남은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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