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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제는 혼외자가 아니라 거짓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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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2021.11.30/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0일 민주당사에서 열린 캠프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 공동상임위원장으로 임명된 조동연 서경대 교수. 2021.11.30/뉴스1

1.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발탁된 조동연(39) 서경대교수의 혼외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11월 29일 대선을 위한 ‘1호 영입인사’ 조동연을 깜짝 발표했습니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란 송영길 당대표와 동급, 대선후보 다음으로 높은 자리입니다. 육군사관학교출신 30대 워킹맘이자 군사우주산업전문가라니..신선한 파격이었습니다.

2. 발표 다음날 강용석 변호사가 ‘제보가 쏟아진다’면서 조동연의 혼외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조동연이 육사 선배와 결혼한 상태에서 혼외자를 낳았다는 주장입니다. 육사출신 동년배들 사이에선 꽤 알려진 사실이었나 봅니다. 강용석은 2일 유전자검사결과서와 서울가정법원 판결문까지 SNS에 공개했습니다. 조동연이 낳은 아이가 남편의 친자가 아니라는 확인판결입니다.

3. 조동연은 2일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불편함을 분명히 느끼셨을 것이고 분노도 느끼셨을 겁니다.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저같은 사람은..아이들에게 당당하게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 도전할 기회조차 허락받지 못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4. 조동연이 하고싶은 얘기는 뒷문장일 겁니다.
사생활(혼외자문제)에 대해선 사과하지만, 그렇다고 그때문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못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항변으로 들립니다.

조동연은 ‘죽도록 일하고 공부했다’며 그간의 노력을 강조합니다. 그간 행적을 보면 맹렬여성인 건 맞습니다.

5. 그러나 여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공직입니다. 반윤리적 범죄자에겐 맞지 않습니다.

혼외자 출산은 간통죄가 위헌판결을 받은 2015년 이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발생 시점에서 형법상 유죄입니다.
간통죄가 형법에서 사라졌지만..민법에선 살아 있습니다. 형사처벌까지 할 범죄는 아니지만..여전히 반사회적 불륜입니다.

조동연의 남편은 혼외자 출생 당시 자신의 친자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6. 문제는 민주당입니다. 공당이 거짓말을 했습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1일 라디오인터뷰에서 ‘(강용석의 혼외자 주장이)사실이 아닌 걸로 확인됐다’고 반복 확답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본인(강용석)이 책임 져야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7. 조동연 본인이 2일 사실상 시인하자..민주당은 ‘별거 아니다’는 식의 물타기로 나왔습니다.
선대위 청년공동본부장 장경태(38)의원은 2일 오후 인터뷰에서‘저희 세대 같은 경우 사실 뭐 이혼이 흠이나 문제라고 보는 세대는 아니다..더 당당하게 본인의 꿈과 도전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혼이 문제가 아닙니다. 불륜과 거짓말이 문제입니다. 사생활이 아니라 공직에 나서기에 문제입니다.

8. 결국 이재명 대선후보가 2일 입을 열였습니다.

‘모든 정치인은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것입니다. 국민들의 판단을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론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알아서 물러나란 얘기나 마찬가지로 들립니다.

9. 마침내 조동연이 2일밤 SNS에 사의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누굴 원망하고 탓하고 싶지 않다..아이들과 가족은 그만 힘들게 해주셨으면 한다. 제가 짊어지고 갈테니..충분히 힘든 시간들이었다..그간 진심으로 감사했고 죄송하다.’

10. 글은 금방 사라졌습니다만..사퇴는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조동연이 물러나도 민주당은 남습니다. 공당의 거짓말은 국민의 신뢰만 아니라 표심까지 갉아먹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