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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냐 기체 개발 먼저냐”…유통·통신사도 뛰어든 에어택시

중앙일보

입력

교통 체증 없이 공중을 이용해 도심에서 이동하는 ‘에어택시’ 사업 경쟁이 뜨겁다. 기체까지 자체 제작해 완성도 높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기존 강자에 ‘서비스 우선’이라는 기치를 내건 업체들이 하나둘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곳은 롯데다.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은 지난달 16일 미국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 인천광역시 등과 도심항공교통(UAM) 실증 비행을 추진하기로 협약했다. 특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에어택시 상용화 시점인 2025년보다 이른 2024년에 상용화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실증비행을 한다.

이강훈 롯데지주 상무는 “유통·물류에 기반을 둔 롯데가 강점인 서비스 사업을 바탕으로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통해 미래 먹거리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 구상을 먼저 발표한 한화시스템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기체 개발을 함께 하는 모습과 달리 롯데는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의 ‘호크(Hawk) 5’를 활용하기로 했다. 현재 가스터빈이지만 에어택시로 활용하기 위해 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다.

롯데가 에어택시 사업에 투입하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의 ‘호크(Hawk) 5’. [사진 롯데지주]

롯데가 에어택시 사업에 투입하 스카이웍스 에어로노틱스의 ‘호크(Hawk) 5’. [사진 롯데지주]

잠실에 에어택시 허브, 자율주행 셔틀과 연결  

복수의 롯데 관계자들에 따르면 롯데가 UAM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상한 건 지난해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력 사업인 유통이 타격을 받자 신동빈 회장은 “제2의 메이저 사업군을 찾아야 한다”고 결심했다.

사업 타당성을 분석한 실무진은 롯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상용화를 가장 먼저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롯데월드타워와 호텔·백화점·롯데월드가 위치한 잠실 건물 옥상에 버티포트(에어택시 이착륙장)를 설치해 인천까지 에어택시가 오가게 하고, 자율주행 셔틀로 승객을 환승시켜 잠실 주변 호텔이나 쇼핑몰로 이동하게 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롯데렌탈은 자율주행 기술기업인 포티투닷(42dot)과 공동 연구와 사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 6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임시운행 허가를 국내 최초로 취득하기도 했다.

롯데의 에어택시 허브가 형성될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그 주변 모습. [사진 롯데지주]

롯데의 에어택시 허브가 형성될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그 주변 모습. [사진 롯데지주]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달 23일 독일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와 손잡고 에어택시 상용화를 추진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지난 7월부터 ‘UAM 서비스 상용화 실증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해왔다.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는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UAM 서비스를 구현하고 한국 내 다양한 업체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에어택시를 이용해 각지에 있는 버티포트를 중간 기점으로 삼는다. 출발지점에서 최종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카카오T 앱 하나만으로 끊김 없는 이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공항 잔디광장 일대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K-UAM 공항실증행사'에서 멀티콥터형 2인승 기체인 공항셔틀이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오전 인천공항 잔디광장 일대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K-UAM 공항실증행사'에서 멀티콥터형 2인승 기체인 공항셔틀이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조부터 서비스까지 ‘UAM계의 어벤저스’

에어택시 사업은 두 회사에 앞서 한화시스템과 현대차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추진해왔다. 기체 개발부터 판매·운영·플랫폼 등을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구상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기술 강점을 현재 개발 중인 기체에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엔 UAM 독립 법인 ‘슈퍼널’을 세우고 2026년 화물용, 2028년 여객용 UAM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버티포트의 구조와 제반시설 설계·시공 기술을 개발하고, 대한항공은 운항·통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한다. KT는 통신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 개발, 교통관리시스템을 맡게 된다. 신재원 현대차 사장은 “UAM계의 ‘어벤저스’라는 생각으로 뭉쳐 UAM 시장을 여는데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UAM기체 '버터플라이'.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과 미국 오버에어가 공동 개발 중인 UAM기체 '버터플라이'. [사진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월 미국 개인 항공기 전문기업 오버에어의 지분 30%를 인수하고 UAM기체 ‘버터플라이’를 공동개발해 왔다. 2024년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서울~김포 노선에서 시범 운행한다는 목표다. 지난달 초 김포국제공항에서 국내 최초로 UAM 기반 공항 셔틀 실증을 수행했다. SKT의 이동형 영상 관제 솔루션인 T 라이브 캐스터 등을 활용했다.

윤문길 항공대 교수(경영학)는 “현재 표준 통제 주파수가 없기 때문에 통신사들 역시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며 “상용화가 되면 시장이 크게 확장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기체 개발이나 서비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금융투자사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약 8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UAM 시장이 연평균 30%씩 성장해 2040년에 174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행 항공안전 규정과 다른 기준 필요”  

업계의 에어택시 상용화 목표 시점이 앞당겨짐에 따라 2025년 상용화를 예상하고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관련법 손질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기체 운전면허가 기존 파일럿 면허보다는 완화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는 “에어택시는 도심에서 활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현재 서울시 상공의 경우 항공안전법에 따른 항로 규정이 정해져 있어 에어택시가 운행되려면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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