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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5시간 차로 격리되는 신랑…홀로 결혼식 입장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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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국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3일 부터 16일까지 2주간 내국인 포함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일간 격리조치를 시행한다. 뉴스1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 국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3일 부터 16일까지 2주간 내국인 포함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일간 격리조치를 시행한다. 뉴스1

“해외에서 일하는 예비신랑이 3일 오전 5시 비행기로 들어오는데, 5시간 차이로 격리 대상에 해당해 본인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예비신부 A씨는 오는 11일 결혼식에 신랑 없이 ‘홀로’ 입장을 하게 됐다. 이 같은 사정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렸지만, 예외는 적용되지 않았다.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이미 3번이나 미룬 예식이고, 또 미루게 되면 위약금이 1600만원에 달한다”며 “부모님도 신부 혼자라도 입장을 했으면 하셔서, 하객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신랑은 영상으로 연결해서라도 강행하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정책 바뀌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오는 3일 0시부터 2주간 해외입국자 대상 10일간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서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7월 이후 백신 접종 완료 내국인은 입국 시 격리가 면제되는 방침만 믿고 예약을 진행했다가 이번 발표로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예비부부들은 “터무니없고 막무가내식 방역”이라며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예정된 신혼여행을 취소하려고 해도 항공권ㆍ숙소 비용은 수수료 등이 발생해 100% 환불되는 곳이 많지 않다.

오는 5일 10박 12일 일정으로 하와이 출국 예정이던 전모(29)씨는 이날 여행사에 취소 문의를 하느라 오전 시간을 다 썼다. 전씨는 “예약한 숙소가 두 곳인데, 한 곳은 취소가 안 돼서 140만원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고, 항공권은 취소 수수료가 60만~70만원이 든다고 한다”며 “정부가 하라는 대로 백신 맞고 믿고 따랐는데 이렇게 하루 만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이 바뀌어서 당황스럽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번 주말 예식이라는 B씨도 “평생 한 번뿐인 신행이라 기대도, 투자도 많이 했다”며 “환불 가능 기간은 애초에 지났고,  전체 비용을 그대로 지불하게 되면 1000만원이 공중분해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하루 차이로 10일 격리…출근 어쩌나

이미 해외에 나가 있는 이들도 졸지에 ‘민폐 부부’가 됐다. 7일가량 신혼여행 휴가를 썼지만, 여기에 10일간의 격리가 더해져 직장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다.

정모(31)씨는 지난달 27일 예식을 올리고 현재 몰디브에 머물고 있지만, 마음이 불편해 여행을 즐길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소식 듣자마자 회사에 연락을 남겨놨다. 남편은 올해 휴가를 다 쓴 데다, 재택이 안되는 직종인데 10일 추가로 격리를 어떻게 하나 막막하다”며 “해당 조치가 발표되기 전 출국자만이라도 기존 기준으로 예외를 적용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와이에서 4일 입국 예정인 김모(31)씨도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가려다 급하게 하와이를 예약해 백신도 서둘러 맞았다. 코로나 시국 결혼부터 신행까지 모든 게 민폐가 돼버렸다”며 “며칠 차이로 이렇게 운명이 갈리니 허탈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 회사에서는 ‘당장 들어와라. 미리 알아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왔다”고 했다.

청년부부연합회 측은 “해외입국자 격리 지침은 현장에서 피해 보는 사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며 “많은 예비부부들은 위드코로나 실행에 있어 정부의 말을 믿고, 여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 사례를 모아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하객들이 온라인 화면으로 결혼식을 지켜보는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서 하객들이 온라인 화면으로 결혼식을 지켜보는 모습, 뉴스1

“환불 문의 빗발” 또다시 위기 맞은 여행업계

연말을 맞아 국내 입국을 계획했던 이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2년 만에 한국에서 연말을 보낼 예정이었다는 A씨(30)는 “자가격리해야 하면 남은 휴가를 다 써도 무리다. 결국 100만원 날리면서 항공권을 취소했다”며 “격리 조치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오미크론이 해외에서 발생한 지 몇 주 된 만큼 예고를 해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학생 B씨(26)도 “2일에 입국하면 괜찮고 3일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은 위험하냐”며 “한인들 사이에서 비행기 표를 (격리 해당 기간 이후로) 바꾸려고 난리였다”고 했다.

전 세계 높은 백신 접종률로 기지개를 켜는 듯했던 여행업계는 또다시 울상이다. 빗발치는 환불 문의에 한 여행사는 “저희도 갑작스러운 조치에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걱정하시는 고객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며 처리 방침을 알리는 전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발생 이후 2년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최근 여행업이 다시 살아나는 듯해서 기대했는데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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