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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칼부림 때 도망친 경찰…‘물리력 교관’ 3000명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경찰이 일선 경찰관들의 현장 대응 실력을 향상할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을 2023년까지 3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경찰의 현장 부실 대응 논란을 계기로 확대되는 물리력 행사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은 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2019년 11월 시행된 ‘경찰관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따라 기존의 ‘무도교관’을 새로운 현장 대응 매뉴얼에 맞게 도입하는 인력이다.

이 매뉴얼은 대상자(범인)의 저항 정도를 5단계로 나누고 각각에 대응하는 물리력 수준을 세부적으로 규정해놨다. 지난달 15일 인천 남동구 ‘층간소음 흉기 난동’ 현장에서 이탈한 경찰관 역시 이 매뉴얼에 따라 테이저건을 사용해 진압할 수 있었지만, 훈련과 경험 부족으로 테이저건을 적시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관할경찰서인 남동구 논현경찰서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찰의 현장조치가 미흡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뉴스1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과 관련해 관할경찰서인 남동구 논현경찰서를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찰의 현장조치가 미흡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뉴스1

“물리력 대응 단계에 맞게 입체적 교육”

경찰청 관계자는 “2019년 연말에 매뉴얼이 나온 뒤 약 1년간 코로나19로 대면 훈련이 전면 중단돼 별도의 교관 양성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면 훈련이 불가능한 기간 동안 교관 양성에 집중하자는 논의가 있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을 양성하기 시작했다”면서 “기존 무도 훈련이 완력 제압에 집중했다면, 이번 교관은 경찰의 새로운 물리력 대응 단계에 맞게 입체적으로 장비와 장구 교육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도입된 경찰의 물리력 사용 기준. 현장에서 대상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경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을 정리해놓았다. [경찰청 제공]

2019년 도입된 경찰의 물리력 사용 기준. 현장에서 대상자의 저항 정도에 따라 경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을 정리해놓았다. [경찰청 제공]

무도 특기 경찰관 등에서 선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선발된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은 737명(남성 616명, 여성 121명)이다. 경찰은 올해까지 약 800명을 선발하고 2023년까지 관서별 5~6명의 교관을 둘 수 있게 3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은 경찰관 중 무도 경력 경쟁채용자와 유단자 중에서 지원과 추천에 의해 선발된다. 교관들은 별도 교육을 통해 진압에 필요한 테이저건, 삼단봉, 방패 그리고 물리적 기술 등에 대한 교육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신임 경찰관 교육에 현장은 “환영”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의 첫 교육은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임 순경 1만 620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대면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자 재교육을 실시하면서다. 경찰 관계자는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일선 경찰관에 대한 교육 계획도 조만간 세울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임 순경 1만명을 대상으로 전면 재교육이 실시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임 순경 1만명을 대상으로 전면 재교육이 실시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파출소 팀장은 “매뉴얼이 머리에만 있는 것보단 몇 번이라도 훈련을 통해 실행을 해보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실효성을 높이려면 예산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물리력 행사 전문 교관은 이번에 새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이에 대한 예산은 한 푼도 없다. 교관들은 전업이 아닌 자신의 업무를 하면서 추가로 훈련 교관을 하는 것이다. 별도의 보상이 없다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당을 더 주든 인사 고과에 반영하든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관 별도 보상, 훈련 성적 반영 등 문제 남아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현장 대응 관련한 직무 교육이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참석점수만 있고 직무교육 점수는 고과에 반영이 되지 않다 보니 유명무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과 교관이 있어도 인사 고과에 훈련 성적이 들어가지 않으면 현장의 경찰관들은 훈련을 열심히 받을 동기가 없다. 그렇다고 인사 고과에 훈련 성적을 반영하기엔 물리력 기술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전문성이 현재 경찰에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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