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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이용 도박자금 밀반출/해외까지 손뻗친 도박조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총책 이씨 마카오에 사무실까지/돈잃고 달아난 부하납치“불고문”
대기업회장 아들과 목사 등이 포함된 이번 마카오 도박단사건은 국내의 도박폭력조직이 마카오에까지 진출,무절제한 향락풍토에 물든 일부 부유층 인사들을 끌어들여 도박을 알선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의 총책인 이석권씨는 폭력조직인 「서방파」출신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비밀도박장(속칭 하우스)을 개설,많은 수입을 올린것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의해 요주의 인물로 파악돼왔었다.
이씨는 88년부터 카지노로 유명한 마카오로 진출,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과 같은 도박자금 대부업을 해오다 지난해 12월 리스보아호텔 카지노에서 고객에게 판매한 칩의 양에 따라 일정한 배당을 받는 판촉라이선스를 취득한뒤 이 호텔에 「화랑」이란 상호로 사무실까지 개설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동안 수시로 서울을 드나들다 5월19일 자신과 연결된 김태촌씨(41ㆍ재판계류중)가 검찰에 검거되자 곧바로 마카오로 되돌아 가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의 단서는 김태촌씨 검거당시 김씨가 갖고있던 2억원짜리 당좌수표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당좌수표가 이석권씨가 발행한 것으로 밝혀내고 이씨와 이씨가 경영하는 석주철강의 은행계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20억원 가량이 입금된 사실에 의심을 품고 입금자들을 확인한끝에 이 돈이 빌린 도박자금을 갚기위해 천양항운사장인 장세주씨 등이 입금시킨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와함께 검찰은 이씨가 자신의 신분과 범행사실이 노출된것을 알고 무마ㆍ증거인멸을 위해 8월초 부하인 송동환씨(41ㆍ구속)를 서울로 보냈다는 첩보를 입수,미행한끝에 서울 삼성동 석주철강 사무실에서 송씨와 석주철강회장 오민환씨 등 도박알선 및 도박채무회수책 일당을 전원 검거하고 장부를 압수했다.
주범격인 이씨는 석주철강을 도박자금회수 및 외화교환ㆍ밀반출의 거점으로 삼고 마카오현지에는 국내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달아난 서선주씨(가명 박명수)를 고용,카지노칩 판매업을 해온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부하 송씨가 자신의 돈 가운데 홍콩달러 2백50만달러(한화 2억5천만원)를 잃고 서울로 달아나자 행동대원을 시켜 마카오로 납치한뒤 불에 달군 돌을 맨손으로 만지게 해 화상을 입혔으며 홍콩달러로 3백만달러를 갖고 달아난 부하 박모씨를 납치해 돈을 돌려받은뒤 박씨를 위협,스스로 손가락 1개를 자르도록 하는 등 조직이탈자들에 대해 철저히 보복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된 장씨는 서울 J고와 Y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뒤 아버지회사의 상무로 고속 승진했으며 천양항운(부산)이란 사업체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장씨는 몇년전부터 한판에 몇백만원짜리 포커판도 벌여온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추가조사를 받고 있으며 자신의 도박자금은 『아버지로부터 명의신탁받은 주식을 판돈』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산 시사이드호텔 전무 안재범씨는 어머니가 호텔사장이어서 실제 주인과 다름없으며 목사 권오주씨는 폭력ㆍ공무집행방해 등 전과만도 8개가 되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나타났다.
한편 이씨의 심부름으로 20만달러를 밀반출한 혐의로 구속된 네덜란드항공(KLM)직원 김동국씨는 마카오에서 8천9백만원을 잃은 혐의로 수배된 부산 시사이드호텔 오락실주인 박원호씨의 처남으로 처남ㆍ매부가 같은 사건으로 서리를 맞았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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