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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국과 접종률 비슷한데…일본은 왜 환자 급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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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하루 3만 명까지 치솟았던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200명 전후로 급감했다. 하루 3000~4000명까지 급증한 한국과 달리 일본의 코로나 상황이 몰라보게 개선되자 이런 차이가 난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과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이 한국산 코로나 진단키트를 사용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며 그로 인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진단키트 부실설’이 나왔다. 고가의 코로나 검사 비용(약 20만원) 때문에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는 코로나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검사량 축소설’도 있다. 일본에서 델타 변이가 사라졌다는 ‘코로나 자멸설’까지 등장했다. 이런 주장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일본 10대 접종률 69%, 한국은 15%
접종 초기 서로 다른 백신 영향도

팩트를 따져보면 일본은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자가진단용으로 한국산 진단키트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의료용 진단기기로 수입하지 않아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산 진단키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델타 변이 감염자를 찾아내지 못하다는 주장도 허황한 이야기다.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 검사 건수를 보면 일본은 22만 건으로 전 세계 순위 141위 정도로 낮은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의 30만7000건(126위)과 비교하면 절대적 검사량에 따른 확진자 감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일본 국립유전체연구소가 주장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전체 오류에 따른 자멸설도 아직은 가설에 불과하다. 자가복제 오류로 인해 자멸한다는 주장과는 반대로 오히려 실제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우세 종이 됐다.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론도 있다.

공중보건학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주장도 있다. 양국이 접종한 백신 종류가 다르다는 의견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일본(77.2%)과 한국(79.0%)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접종 초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로 사용했지만,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만 접종했다. 접종 6개월 이후 급격한 중화항체 감소가 발생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일본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감염 예방 효과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최근 확진자와 사망자 다수가 고령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돌파 감염자라는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관련성이 크다.

한·일 양국의 10대 접종률 차이가 최근의 방역 상황을 설명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10대 접종률은 68.7%지만 한국은 15.4%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연령층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작은 데다, 휴교 등 이동 및 접촉 수준과 관련해서 보더라도 확진자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보기에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일본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뒤 회복해 자연 면역을 얻은 사람이 많아졌다는 ‘자연 감염 형성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산하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지난 5월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 수치보다 2배 이상 많을 것이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 1만390명이 코로나 사망자 공식 통계 수치지만 실제 추정 사망자는 10만8320명으로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대규모 역학조사 실시와 그 결과에 근거해야만 구체적인 원인과 요인을 밝혀낼 수 있다.

다양한 견해는 과학의 발전에 필요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다. 그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검증을 거쳐 과학적 주장은 비로소 사회 발전에 활용될 수 있다. 섣부른 주장과 정치적 의도에 따라 과학을 오용하는 경우 엉뚱한 피해를 초래했던 역사적 사례는 많다. 일본의 확진자 수 급감에 대한 주장을 여과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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