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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술도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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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경희 기자 중앙일보 P디렉터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술을 전면에 내세운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이하 ‘술도녀’)이 26일 막을 내렸다. 기승전‘술’로 끝나는 서른 살 여성들의 우정과 에피소드를 술과 엮어내며 2030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에 탑재한 작품이라 방송사 드라마와 달리 술 묘사에 제약이 없었다. 담당 PD는 배우들에게 연기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필요하면 실제로 술을 마시며 촬영해도 된다고 했단다. ‘술도녀’의 주인공들은 맛나게도 술을 먹는다. 그것도 무진장 많이.

한국인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3ℓ(OECD, 2019년 기준, 15세 이상)다. 5% 맥주로 환산하면 330cc 컵으로 500잔 정도를 마시는 셈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14ℓ 이상 소비하던 것이 90년대부턴 9ℓ 안팎으로 확 줄어 여기까지 왔다.

질병관리청 국민영양조사(2019)에 따르면 남성은 30~50대 고위험 음주율이 20% 이상으로 높고 20대는 13.1%에 그친다. 하지만 여성은 20대(9%)가 가장 높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떨어진다. 평균 7잔(여성은 5잔) 이상씩 주 2회 이상 마시면 고위험군이다. 월 1회 이상 폭음하는 비율은 20대 남성(51.6%)과 여성(44.1%) 차이가 크지 않다. 30대로 가면 남성(62%) 여성(26.2%) 격차가 벌어진다. 소주를 궤짝으로 먹는 ‘술도녀’라도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이어지는 궤적을 밟는다면 버틸 방도가 없을 것이다.

삼육대 보건관리학과 손애리 교수는 지난 6월 ‘젠더를 고려한 알코올 정책’ 포럼에서 “밀레니얼 여성은 다른 세대에 비해 술을 많이 마시고 관용도가 높아 음주 문제가 심각한 세대”라고 우려했다. 원치 않아도 분위기 때문에 마셨던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좋아서 마시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국립보건원(NIAAA)의 음주 가이드라인은 주당 남성 8잔, 여성 4잔이다. 그러나 충남대 병원 연구팀은 음주 진료지침에서 미국인과 한국인의 평균 체중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 여성의 적정 음주량은 주당 3잔이라고 조정했다. 특히 술을 마시면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은 음주에 취약하기 때문에 권주량이 남들 절반으로 깎인다. 야박하지만 ‘술도녀’는 판타지고 주당 3잔이 건강을 지키는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