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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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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새로운 진화 경로를 마련했다. 갑작스러운 경로 변경에 세계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일(현지시각) 전문가 회의를 소집하고 변종 바이러스에 오미크론(Omicron)이라 부르기로 했다. 오미크론은 그리스 알파벳의 열다섯 번째 문자로 변종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은 사스-코브-2 변종이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처럼 약한 고리를 노렸다. 오미크론이 처음으로 보고된 건 지난 24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다. WHO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9일 채집한 샘플에서 검출됐다. 2주 가까이 시차가 생긴 건 바이러스 검사법의 빈틈 때문이다. 흔히 ‘코 찌르기’로 불리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법은 바이러스 속 특정 유전자만을 골라 증폭해 판별한다. 수십 가지의 바이러스 유전자 지표 중 코로나 바이러스임을 판별할 수 있는 2~3개만을 골라서 분석하는 것이다. 전체 유전자를 모두 검사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WHO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오미크론은 유전자 변이로, 세 가지 코로나 바이러스 판단 지표 중 하나에서 표적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다. 해석하면 기존 검사법으로 놓친 오미크론 확진 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류가 첨단과학으로 공을 들여 쌓은 바이러스 방어막에 빈틈이 생긴 것이다. 영국과 벨기에에서 오미크론 감염이 뒤늦게 확인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독일과 체코에서는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을 좌우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0가지가 넘는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델타 변이의 2배다. WHO는 “오미크론의 변이 중 몇 가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미국 상륙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유전자 변이로 오미크론이 백신 방어막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연구가 더 필요하다.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증명됐다. 학자들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 예측이 빗나간 점이다. 오미크론은 언제든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자연은 언제나 인간보다 한 수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