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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청년 부채, 원인은 영끌도 빚투도 아닌 과소비?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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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년 86.6% 빚져 본 적 있어

[사진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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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청년들의 부채 문제가 웨이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불씨를 지핀 것은 ‘당대 청년 소비 보고서’의 조사 결과였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주링허우(90 後,1990년 이후 출생자) 1억 7500만 명 중 13.4%만이 부채를 보유해 본 경험이 없었다. 반대로 말하면, 주링허우의 86.6%는 모두 다 빚을 져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청년 부채 문제는 계속 불거져 나오고 있기에, 이 조사 결과 자체는 사실 그다지 놀랍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20대 청년의 대출 잔액은 지속해서 증가해 2021년 6월 90조 원을 돌파했다. 전체 가계부채 중 청년층의 기여율 역시 크게 확대되고 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중국에서는 청년 부채의 원인을 영끌도빚투도 아닌 “과소비”로 꼽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청년 부채의 원인을 학자금 대출이나 취업난, 코로나 19 이후로는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이나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꼽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60% 이상의 주링허우가 주택 대출금을 제외한 나머지 가계대출을 삶의 질 향상과 여가생활을 위해 사용하고 있었고, 이는 란런경제, 펫코노미(pet+economy) 등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란런경제: 란런(懒人)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뜻으로, 란런 경제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용하게 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뜻한다.

[사진출처=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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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보(新京報)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해당 조사 결과를 보도하며 과소비를 뜻하는 “過度消費”나“超前消費” 등의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아예 “젊은 층은 과소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年輕人當謹防掉入'過度消費陷阱')”라며 경고하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웨이보에선 젊은 층의 소비습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주링허우(90 後, 1990년 이후 출생자)와 링링허우(00 後, 2000년 이후 출생자)는 이전 세대와 달리 더 나은 경험과 품위 있는 삶을 추구하기에 과감한 소비가 자연스럽고, 자본시장이 발전하며 부채가 증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젊은 층이 소비주의의 덫에 걸렸다며 과소비를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사진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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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베이와 바이탸오 둘 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Buy Now Pay Later(이하 BNPL)과 비슷해 보이나 엄연히 다르다. BNPL은 핀테크 사업자가 소비자가 아닌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신용등급 심사 없이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반면에, 화베이와 바이탸오는 소비자에게 분할 결제에 따른 수수료와 이자를 요구하고, 과거 구매내용과지불 습관, 신용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비 한도를 부여한다.

이러한 불편한 여론을 의식했는지, 화베이는 최근 상당수 젊은 유저들의 소비자 신용상품 이용 한도를 1000위안(한화 약 18만 4400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대해 화베이를 출시한 앤트 파이낸셜 측은 "최근 일부 젊은 유저들의 이용 한도를 하향 조정해 그들이 좀 더 이성적인 소비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라고 밝혔다. 마윈 때리기 이후 앤트 파이낸셜이 당국의 발표에 맞춰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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