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꿔 배달 시장 기웃대는 디디추싱

중앙일보

입력 2021.11.29 13:18

강도 높은 당국의 규제로 뼈를 못 추리던 디디추싱이 새롭게 배달 시장에 뛰어들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름 바꾸면 모르겠지? 눈치 보다 슬그머니 고개 드는 디디추싱(滴滴出行)

[사진출처=바이두]

[사진출처=바이두]

지난 10일, 펑파이(澎湃)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디디추싱은 최근 천진(天津) 시 일부 지역에서 ‘아오아오츠판(嗷嗷吃飯)’이라는 배달 서비스를 론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테크싱추(Tech星球)에 따르면, ‘아오아오츠판(嗷嗷吃飯)’의 전신은 ‘만주까이판(滿足蓋飯)’으로 본래 톈진시 일부 대학가에서 젊은 층에 배달 덮밥을 판매했다. 그러나 점차 규모가 성장하여 최근 ‘아오아오츠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현재 아오아오츠판의 협력업체는 30여 곳에 이르며, 톈진대, 난카이대, 톈진의과대 등 천진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테크싱추에 따르면, 아오아오츠판의 배후에는 베이징사디스판외식유한공사(北京薩迪斯凡餐飲有限公司)가 버티고 있으며, 이 회사 주주의 상당수는 모두 디디추싱 측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디디(滴滴)’라는 이름을 빼고 ‘아오아오츠판(嗷嗷吃飯)’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디디의 실질 지배를 받는 것이다.

배달 시장에 두 번째로 도전하는 디디추싱,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사진출처=視覺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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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이 배달 음식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디추싱은 2017년 12월 배달 음식 사업부를 공개, 2018년 3월부터 우시(无錫), 난징(南京), 창사(長沙) 등 9개 도시에서 ‘디디와이마이(滴滴外賣)’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업 초기 디디와이마이는 그간 디디추싱(滴滴出行),디디다처(滴滴打車) 등을 통해 누적한 이용자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같은 해 4월 디디는 “디디와이마이가 우시 시장 진출 9일(시범 운영 8일+공식 운영 1일) 만에 우시 시장 점유율 1위 배달 플랫폼이 됐다”며 자신 있게 앞으로의 영업 범위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디디는 얼마 가지 못해 불공정 경쟁과 독점 영업 의혹에 휩싸이며 우시공상국(无錫市工商局)과웨탄(約談)을 가졌다. 이후 2019년 7월에도 쓰촨성 시장감독국(四川省市場監管局)과 웨탄을 가지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위챗과 원재료 자체 공급 통해 영역 확장하려는 아오아오츠판(嗷嗷吃飯)

[사진출처=視覺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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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아오츠판은 위챗을 활용하여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용자는 아오아오츠판의 위챗 공중계정을 팔로우한 후, 동명의 위챗 미니 프로그램(小程序)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한다.

다짜고짜 자사의 앱을 다운로드하라고 홍보하기 보다 기존의 위챗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아오아오츠판 서비스를 체험해 보고 신규 유저로 편입되게끔 하는 전략이다.

아오아오츠판은 위챗 공중계정을 통해 다양한 이벤트와 할인 쿠폰을 제공하며, 자연스럽게 위챗 이용자들이 아오아오츠판의 소식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테크싱추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아오아오츠판 위챗 공중계정 게시글 한 편의 조회 수가 백에서 천 단위로 늘었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사진출처=中國基金報]

[사진출처=中國基金報]

또한 아오아오츠판은 아직 이용자가 적지만, 가격과 배송, 품질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아오아오츠판은 비슷한 메뉴를 취급하는 가맹점들에 식재료를 일괄 조달해 공급하고, 이를 가맹점들이 완성 식품으로 만들어 팔게 하는 방식을 취해 품질을 보증한다.

이러한 방식은 원가를 낮추는데도 크게 기여하여 가맹점과 배달원을 착취하지 않고도 무료 배송을 가능케 한다. 배송 시간도 30~45분 내외로 짧은 편이라 중국 내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메이퇀과어러머로 이미 꽉 찼는데… 디디추싱은 왜 배달 앱 시장을 놓지 못할까?

디디추싱의 노력과는 별개로, 현재 중국 배달 앱 시장은 메이퇀(美團)과 어러머(餓了麽)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첸잔왕(前瞻網)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메이퇀과어러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67.3%와 26.9%에 달한다.

도합 94% 이상으로 이미 두 회사에 과점 당한 시장을, 디디추싱은 왜 기어코 들어가려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아직 중국의 배달 앱 시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상산업연구원(中商產業研究院)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배달 시장 규모는 6646억 2000만 위안(한화 약 122조 6888억 5200만 원)에 달한다. 코로나 19여파로 음식점들이 대량 도산했지만, 배달 업계만은 기세가 꺾이지 않아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한 것이다.

첸잔산업연구데이터(前瞻產業研究院數據)에 따르면, 중국 내 온라인 배달 업계 시장 규모는 2011년 216억 8000만 위안(한화 약 4조 32억 1200만 원)에서 2019년 5779억 3000만 위안(한화 약 106조 7379억 원)까지 성장했다. 8년간 50.7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외식업에서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1.1%에서 12.4%로 높아졌다.

[사진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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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배달 앱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내 배달 앱 가입자는 2억 900만 명에서 4억 1800만 명으로 4년 연속 18.99% 증가했고, 같은 기간 내 배달 앱 이용률도 28.5%에서 42.3%까지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베이징·상하이 등 1, 2선 도시의 배달 시장은 비교적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3선 이하 도시들에는 여전히 확장의 여지가 많았다. 2020년 3월, 3선 이하 도시의 배달 앱 가입자 비율은 39.8%로 2019년 말 대비 약 4.5% 증가했다. 메이퇀과어러머의 양강 구도가 확고하지만, 디디추싱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존재하는 것이다.

당국의 규제 칼날 앞, 아직 몸 사리고 있는 디디추싱

디디추싱은 현재 천진 일부 지역에서만 아오아오츠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당국의 규제 칼날이 아직 거둬지지 않은 만큼 몸을 사리고 있는 눈치이다.

아오아오츠판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일부 네티즌은 왜 ‘디디다판(滴滴打饭)’ 이 아닌 ‘아오아오츠판(嗷嗷吃饭)’이라고 이름을 지었냐며, 디디추싱의 등장에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일부 네티즌은 디디추싱의 등장이 메이퇀과어러머로 잠식됐던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디디추싱이 아오아오츠판을 통해 재기에 성공할지, 아니면 아직 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소금만 때려 맞고 사라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출처=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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