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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측 묵묵부답에 '1심 데자뷔'?…위안부 소송 항소심도 연기

중앙일보

입력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했다가 패소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첫 재판이 일본 측이 답변하지 않아 연기됐다. 일본 측의 답변 지연으로 지난 1심과 마찬가지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두 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이용수 할머니가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구회근)는 이날 예정된 고(故) 곽예남·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5명이 낸 일본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1차 변론을 취소하고 기일을 내년 1월 27일로 변경했다. 일본 측의 소장 송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답변이 와야 공시송달이라도 진행할 수 있는데 (일본 측에서)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송달 여부를 알 수 없다”며 “다음 기일까지 송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 법원에서 민사소송을 시작하려면 일본 법원에 소장이 먼저 전달돼야 한다.

日측 묵묵부답에 ‘1심 재판 데자뷔’ 

소송 서류는 국제민사사법공조 등에 관한 예규 제4조에 따라 ‘한국 법원→법원장→법원행정처→한국 외교부→주일 한국대사관→일본 외교부→일본 법원’의 경로를 거쳐 일본에 전달된다. 일본이 소송 서류 접수를 거부할 경우 한국 법원은 공시송달을 결정할 수 있다. 공시송달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해 해당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1차 변론을 열고 내년 1월 27일, 3월 24일에 변론을 더 진행한 뒤 선고기일을 같은해 5월 26일로 지정한 바 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소송 서류가 오가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기일을 미리 정해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측이 재판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 약 3년 만에 첫 변론이 열린 1심 재판과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원고 측 변호인은 “1심 때도 첫 번째 송달 절차에만 1년 정도가 소요됐는데 괜찮다면 다음 기일을 취소하고 (소송 서류가) 송달된 이후에 기일을 다시 잡아줄 수 없느냐”고 제안했지만, 재판부는 “기일을 추정하면 그 내용을 또 송달해야 하니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자”고 답했다.

원고 측 “계속 문제 제기할 것”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재판을 마친 뒤 “1심과 마찬가지로 일본에 ‘주권침해를 이유로 송달절차에 협조하지 않겠다’ 등의 답변을 받아야 공시송달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일본도 내각이 바뀌어 현 상황을 지켜보지 않을까 싶다”며 “하지만 이 재판은 별개 상황인 만큼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민성철)는 지난 4월 ‘국가면제(특정 국가를 다른 나라의 법정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국제법 원칙)’를 들어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에 대해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대법원 판례는 물론 입법부·행정부가 취해온 태도에 부합하지 않고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흐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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