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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문재인 대통령과 탄소중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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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전국 지자체와 국가 기관 등에 나무 심기 붐이 일고 있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산림녹화 운동 못지않다. 요즘의 식목 열풍은 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불러온 현상이다. 탄소중립은 탄소(CO2) 배출을 제로(0)로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게 목표다.

식목 방법도 다양하다. 충남도는 ‘탄소중립 자원봉사 숲’ 조성에 나섰다. 걷기와 자원봉사를 연계, 20만보를 걷는 주민에게 나무 1그루씩 기부하는 방식이다. 주민은 이 나무를 지정된 위치에 심고 가꾼다. 대전시는 ‘반려나무 갖기’ 이벤트를 하고 있다. 가족 단위로 심고, 나무에 가족 명찰을 달아준다. 이를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대전형 탄소제로 시민실천운동’으로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부 기관도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산림청은 2050년까지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을 지난 1월 내놨다. 이를 통해 탄소 3400만t을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멀쩡한 나무를 벌목하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겠다고 하자 반대 목소리가 거셌다. 결국 발표 10개월 만에 계획을 포기했다. 그동안 전국 곳곳의 나무는 잘려나갔다.

탄소중립은 또 다른 면에서 박정희 시절과 연결된다. 원자력 발전 때문이다. 고리 1호기 등 상당수 원자력 발전소는 박 전 대통령 때 만들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탄소중립에 원자력만큼 효과적인 에너지는 아직 없다. 예를 들어 전국 산림이 저감하는 탄소량은 연간 4500만t 정도다. 반면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운영하면 연간 1800만t을 저감할 수 있다.

반면 정부가 보급하고 있는 태양광·풍력 에너지는 탄소중립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날씨 변화 등에 크게 영향을 받아 탄소를 배출하는 천연가스 등을 보조 에너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는 탈원전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24기인 원전을 2050년에는 9기만 남기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기조연설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초 2030년 목표는 26.3% 감축이었다.

박정희와 문재인 대통령은 모두 고리 1호기 현장을 찾았다. 박정희는 1978년 7월 준공식 치사에서 “태양열·조력·풍력 등 새로운 자원을 연구·개발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되 대체에너지 개발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로부터 약 40년 뒤 문 대통령이 방문했다. 그는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행사 참석해 사실상 탈원전을 선언했다. 현 정부 탄소중립 방향은 40년 전보다도 현실적이지 못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