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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쌓이는 쿠팡…유상증자에 담보대출까지 동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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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상 증자에 이어 담보대출까지 총 동원이다. 그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기존 투자자를 통해 조달했던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서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팡은 신주 9499주를 발행, 4749억5000만원을 유상증자한다. 올해만 네 번째 유상증자다. 쿠팡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4월, 7월, 10월까지 세 번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1조38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달엔 국내에 있는 토지‧건물을 담보로 1억3900만 달러(약 165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 기간은 2년으로, 연 3.45% 고정금리 조건이다. 앞서 지난 8월에도 국내 부동산을 담보로 1억6900만 달러(2000억원)를 연 3.155%에 대출받았다. 두 달 새 3700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은 것이다. 담보로 잡힌 국내 부동산은 쿠팡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센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시흥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차량이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쿠팡]

경기도 시흥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배송차량이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 쿠팡]

쿠팡은 상장 당시 최대 12억5000만 달러(1조4000억원)까지 3년간 이용할 수 있는 무담보 리볼빙 한도 대출도 받았다. 무담보 리볼빙은 정해진 한도 내에서 일정 기간 대출과 상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사용한 대출금에 대해서만 이자를 내고 자금 이용이 유동적이라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

현재 쿠팡은 무담보 리볼빙을 사용하지 않고 유상 증자와 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담보 리볼빙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비상금 같은 것”이라며 “담보대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고 (이자 등) 조건도 좋다면 담보대출을 먼저 활용할 만하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유상증자에 대해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쿠팡Inc)이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한국 쿠팡에 투자하는 과정이란 설명이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쿠팡이 자금 조달을 위한 총력전을 기울이는 이유는 상장 이후 이전 같은 필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서다. 2010년 설립 이후 쿠팡은 필요한 자금을 투자자를 통해서 마련했다. 쿠팡의 최대 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2015년, 2018년 두 번에 걸쳐 쿠팡에 30억 달러(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쿠팡 상장 이후 보호 예수 기간이 끝나자 비전펀드는 지난 9월 보유주식을 2조원 정도 매각했다. 보호 예수는 기관 투자자 등 주요 주주가 해당 업체의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 수 없도록 한 규제다. 보호 예수 기간이 끝나면 단계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

쌓여가는 적자는 불안 요소다. 쿠팡은 설립 후 지난해까지 한 해도 영업 이익을 내지 못했다. 누적 적자가 4조8000억원이다. 지난 3분기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늘어난 46억 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이 3억1511만 달러(약 3600억원)다.

쿠팡은 담보 대출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국내에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현재 전국에 100곳이 넘는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1조원을 투입해 부산과 전북 완주, 경남 창원·김해, 충북 청주 등지에 추가로 물류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산간 오지 등 배송이 어려운 지역까지 전국으로 로켓배송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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