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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압색 통보…檢수사팀 "보복수사"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 24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연합뉴스

11월 24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했던 검찰 수사팀에 압수수색을 예고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앞서 공수처가 이 고검장을 ‘황제 조사’한 데 대해 검찰이 수사했던 일 때문에 공수처가 보복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2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공수처는 과거 수원지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 소속 검사들에게 “오는 26일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와 수원지검을 압수수색할 테니 참여하라”고 통지했다. 대검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하려는 건 수사팀의 내부 메신저 내용을 들여다볼 목적으로 분석된다.

앞서 수사팀은 올해 5월 12일 불법 출금 의혹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이성윤 고검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다음 날인 13일엔 전국 검사들이 열람할 수 있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라와 있던 이 고검장 공소장 내용이 사진 파일 형태로 외부에 공유돼 언론 보도로 이어졌다.

그러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성윤 본인에게 공소장이 송달되기도 전에 불법으로 유출됐다”라며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 사건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檢 수사팀 “김진욱 처장 ‘이성윤 황제조사’ 수사한 데 대한 보복수사”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두고 “이례적이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한 차례 친여 성향으로 알려진 한동수 검사장의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를 한 결과 “공소장 공유와 수사팀은 무관하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한 법조인은 “수사팀이 공소장을 외부로 알리려고 했다면 공소장 작성 직후 바로 알리면 되지 굳이 이프로스에 올린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퍼뜨릴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 이프로스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 결과 수사팀은 무관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진상조사 다음 단계인) 감찰 조사도 받은 바 없다”라며 “그럼에도 공소장 유출 논란 이후 6개월가량이 지난 시점에 느닷없이 공수처가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소장은 기소가 되면 즉시 자동으로 검찰 시스템에 업로드 되어 검찰 구성원이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수사팀 검사들만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표적수사’”라고 비판했다. 현재 수사팀은 이 고검장 등에 대한 재판에 참여하고 있다.

수사팀은 또 공수처가 김진욱 공수처장의 지난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조사’ 관련 사건을 수사한 데 부당하게 보복 수사를 하는 것으로도 의심했다. “공수처는 이미 이성윤 검사장에 대한 소위 ‘황제소환’ 보도와 관련해 오히려 그 수사를 담당한 수사팀을 불법 내사하는 등 보복성 수사를 했던 사실이 있는 바, 이번 건도 수사팀에서 공수처장 등의 ‘허위 보도자료 작성 사건’을 수사한 데 대한 ‘보복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하면서다.

앞서 공수처는 수원지검 수사팀, 황제 조사 관련 보도를 한 매체의 기자에 대해 보복 목적으로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10월 20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뉴스1

10월 20일 이성윤 서울고검장. 뉴스1

“공소장 작성 전 떠난 검사 2명도 대상…법원 속여 영장 받았나”

공수처가 엉뚱한 검사를 압수수색 대상에 넣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원지검 수사팀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에는 대상으로 A검사와 B검사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이 고검장을 기소하기도 전에 일찌감치 수사팀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수사팀 일각에선 “공수처가 허위 공문서로 법원을 속이고 영장을 받은 건 아닌지 의심된다”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원지검 수사팀 안에선 “공수처는 올해 상반기에 우리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관련 사건을 이첩받고선 6~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실체진실 발견과 검찰의 공소유지 등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라는 비판도 나왔다.

수원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공수처가 객관적인 근거 없이 시민단체의 고발장만으로 보복성 압수수색을 하는 건 향후 공수처 관련 등 중요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수사 의지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라며 “유감을 표한다”라고 강조했다.

수사팀 외의 검사들도 공수처를 규탄하고 나섰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팀의 메신저를 들여다보는 건 수사기밀을 침해하는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고위 검사는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도 비판했다. 검찰의 사법 농단 사건 수사 이후 검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무분별하게 발부되고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맥락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는 “법원의 보복으로도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공수처 “표적·보복 수사 아냐…압색 예정 알려져 당혹”

검찰의 반발에 공수처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공소장 유출 당시 수원지검 수사팀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을 모두 수사 중인 상태로, 표적수사나 보복수사라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공수처와 소속 검사 등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또 “밀행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압수수색 예정 내용이 사전에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하여 당혹감을 느끼고 유감을 나타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검찰 간부는 “밀행성은 수사기관이 지키는 것이지 수사 대상자가 지키는 게 아니다”라며 “공수처가 먼저 압수수색 예정이라고 통보해놓고 무슨 소리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근본적으로 “공소장이란 건 1차 공판 때 공개가 예정돼 있어 비밀로 볼 수 없고, 그래서 이를 사전에 외부에 공유하는 건 죄가 될 수 없다”라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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