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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ㆍ중ㆍ일 협력' 꺼내든 中 북핵 대표...왜?

중앙일보

입력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ㆍ중ㆍ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냈다. 다소 갑작스런 감이 있는데 최근 조성되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에 이웃 국가이자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에 대항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중국 환구망.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중국 환구망.

中 북핵대표 "한ㆍ중ㆍ일은 긴밀한 이웃이자 파트너" 

류 대표는 24일 트위터를 통해 "한ㆍ중ㆍ일은 긴밀한 이웃이자 파트너"라며 "3국 협력은 각국의 공통된 이익에 부합하며, 동북아의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3국 협력을 굉장히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의 이날 트윗은 최근 한ㆍ중ㆍ일 간 별다른 외교적 행사가 없는데 갑자기 나온 것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3국 협력은 그의 본래 업무도 아니다. 류 대표는 북한 주재 대사를 지낸 인물로 지난 4월 2년 가까이 공석이던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자리에 임명됐다. 북핵 협상의 중국 측 수석대표를 맡는 자리다.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4일 게시한 트윗. 류 대표 트위터 캡쳐.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4일 게시한 트윗. 류 대표 트위터 캡쳐.

올림픽 보이콧 분위기 막기?

류 대표의 이날 트윗과 관련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등에서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분위기가 조성되자 중국은 전방위로 이를 저지하고 있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지만 개ㆍ폐회식에 정부 대표단은 파견하지 않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 자리에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올림픽을 정치화 하지 말라"며 참가 대표단 섭외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밝히며 ‘맞불’을 놨다.

이런 가운데 류 대표가 한·중·일 협력을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 22일 YTN에 출연해 "(올림픽을) 정치화하면 안 된다. 올림픽은 전 세계에서 성스러운 일"이라고 말하는 등 한국민들을 대상으로 올림픽 보이콧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ㆍ미ㆍ일 틈새 노리기?

중국이 한·중·일 협력을 부각하는 또다른 배경으로는 최근 한ㆍ미ㆍ일 공조가 느슨해졌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한ㆍ미ㆍ일 외교차관 공동 기자회견은 전날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는 일본의 항의로 무산됐다. 이후 3국 공조에 틈새가 벌어졌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틀 뒤인 지난 19일 러시아와 함께 군용기를 보내 KADIZ(한국 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다. 중ㆍ러의 KAIDZ 침범은 한ㆍ미ㆍ일 3각 안보 협력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미ㆍ중 대결 국면에서 한ㆍ미ㆍ일 협력이 대중 견제의 핵심 기제로 진화하는 걸 경계하는 중국이 최근 한ㆍ미ㆍ일 협력에 틈새가 보이자 돌연 한ㆍ중ㆍ일 협력 강화 구호를 미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3국 정상회의는 2년째 무산될 듯

다만 2008년부터 한ㆍ중ㆍ일 3국이 번갈아 의장국을 맡아 열리던 3국 정상회의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코로나19 여파와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0일 "한ㆍ일ㆍ중 정상회의가 한ㆍ일 과거사 갈등과 미ㆍ중 간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준비 시간을 고려할 때 연내 개최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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