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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밥을 안줘요”...父·계모 손에 죽어간 英 6살 아이의 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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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학대에 따른 뇌손상으로 지난해 6월 사망한 아서 라빈조-휴즈(6). [BBC캡처]

부모의 학대에 따른 뇌손상으로 지난해 6월 사망한 아서 라빈조-휴즈(6). [BBC캡처]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요.”
“아무도 나에게 밥을 주지 않아요.”

방에 갇힌지 한 달 반, 영국의 6살 짜리 소년 아서 라빈조-휴즈는 죽기 직전 어둠 속에서 이 말만 반복했다. 다리는 절룩댔고, 팔은 축 늘어졌다. 오랜 굶주림과 폭행의 흔적이었다. 아이는 이날 고통을 잊어보려 강제로 잠을 청했지만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서울에서 세살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30대 여성이 구속된 가운데 영국에서도 친아버지와 계모의 엽기적인 아동 학대 방법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현지시간)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벤트리 형사 법원에서는 토마스 휴즈(29)와 계모 엠마 투스틴(32)의 살인 및 아동학대 혐의 재판이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열렸다. 휴즈의 친아들 아서는 지난해 6월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아서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였고, 몸에서는 125개의 멍이 발견됐다.

이에 따르면 아서는 2019년 2월 친 엄마가 살인 혐의로 기소되면서부터 휴즈와 살았다. 폭행에 시달린 건 지난해 봉쇄령 기간 휴즈가 인터넷에서 만난 네 아이의 엄마 투스틴과 살림을 합치면서부터였다. 검사 조나스 행킨은 “아이는 몇 개월 동안 무자비하게 반복해서 맞았고, ‘머리를 축구공처럼 뽑아버리겠다’는 언어폭력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수사에 따르면 휴즈 부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아서를 때리고, 장시간 벽을 보고 있게 하는 등의 학대를 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강하고, 반복된 뇌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누군가가 아서의 머리를 잡고 흔들거나 단단한 표면에 세게 내리쳤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투스틴은 아서의 자해로 생긴 상처라고 주장했으나, 의사들은 “아이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의 뇌 손상”이라고 반박했다.

사망 몇 시간 전 아서가 감금된 방에서 강제로 잠을 청하려고 이불을 끌고 있다. 아서는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밥을 주지 않아″라는 말을 4번씩 반복했다. [영국 코벤트리 형사 법원 영상 캡처]

사망 몇 시간 전 아서가 감금된 방에서 강제로 잠을 청하려고 이불을 끌고 있다. 아서는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밥을 주지 않아″라는 말을 4번씩 반복했다. [영국 코벤트리 형사 법원 영상 캡처]

그 밖의 학대 정황도 드러났다. 두꺼운 털옷을 입힌 채 아서를 폭염 속에 장시간 세워뒀다. 두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동안 찜통 더위 속 아서는 그들이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제대로 된 음식도 주지 않았다. 소금 범벅의 음식을 주면서 물은 한 방울도 안 줬다. 실제로 의료진은 사망 직전 아서는 ‘소금 중독’ 상태였다고 증언했다.

아서를 학대의 덫에서 구할 기회는 있었다. 사망 두 달 전 아서의 등에서 타박상을 본 할머니가 사회복지사의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즈는 “넘어져서 다친 것으로 말하라”고 아서에게 거짓말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서는 사망 전 약 한 달 반 동안 감금됐다. 재판에서는 아서가 감금됐던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투스틴은 아서를 감시하기 위해 영상을 촬영했다고 한다. 영상 속에서 아서는 다리를 절었고, 팔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휴즈는 “(아이를 방에 가두고) 하루 14시간씩 벽을 마주 보고 서 있게 했었다”고 자백했다. 또 투스틴에게 “쓰레기랑 같이 내다 버려라”, “양말이든 밧줄이든 입에 물리고 있어라”는 등 살인을 사주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도 드러났다.

행킨은 “휴즈는 수사를, 투스틴은 친 아이들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감췄다”며 “우리는 건강하고, 활동적이었던 한 아이가 학대로 인해 비참하게 말라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밝혔다.

휴즈는 이날 학대 일부를 시인했지만, 모든 일이 투스틴이 시킨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도 투스틴에게 조종당했다. 너무 무서워서 거역할 수 없었다”며 “투스틴을 떠나지 않은 것은 영원히 후회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의 고통을 느껴보려고 유치장에서 벽을 보고 서 있었는데 20분도 버티지 못하겠더라. 아이가 죽을지는 몰랐다”며 살인 혐의는 끝까지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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