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中 불법사이트 실형…"엄격한 검열, 해적 키웠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05:00

중국 최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설립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상하이(上海) 법원은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런런잉스(人人影視) 설립자에게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150만 위안(약 2억7900만원)을 선고했다. 중국과 외국의 TV프로그램·영화 3만 개 이상을 불법 복제하고 유통해온 혐의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와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웨이보 캡처]

중국 웨이보에 올라와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웨이보 캡처]

상하이법원에 따르면 런런잉스는 2003년 설립돼 68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난 2월 중국 상하이경찰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한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면서 위기를 맞았다. 법원에 따르면 런런잉스 운영자들은 2018년 초부터 광고와 구독 등을 통해 1200만 위안(약 22억34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도 런런잉스 홈페이지에선 '오징어게임' '지옥'을 포함한 넷플릭스의 독점 콘텐트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다. SCMP는 중국에는 런런잉스와 유사한 수백 개의 불법 복제 사이트가 난립해 있다고 전했다. 황시민(黄思敏)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중국 내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시민단체 반크(VANK)가 오징어 게임에 대한 불법 복제 행위를 멈춰달라는 청원을 진행했다. [반크 웹사이트 캡쳐]

지난 10월 7일 시민단체 반크(VANK)가 오징어 게임에 대한 불법 복제 행위를 멈춰달라는 청원을 진행했다. [반크 웹사이트 캡쳐]

SCMP는 중국에서 불법 복제, 이른바 '해적 행위(Piracy)'가 만연한 것은 콘텐트 유통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하우스오브카드' '왕좌의 게임' '오징어게임' 같은 해외 작품의 유통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나마 텐센트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일부 작품이 합법적으로 유통되긴 하지만, 개봉 후 몇 달이 지나서야 시청 가능하다. 넷플릭스·훌루·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기업은 아직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아 합법적으로 콘텐트를 시청할 방법이 없다. 지난 3월 CNN 역시 중국에서 런런잉스 같은 사이트가 활개치는 것은 당국의 과도한 콘텐트 검열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0월 12일 상하이에서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인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10월 12일 상하이에서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달고나를 만들기 위해 기다리는 중국인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인들은 런런잉스 설립자의 실형 소식에 "앞으로 인기 해외 콘텐트를 볼 방법이 아예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교사 천링은 "합법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콘텐트를) 소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여기는 넷플릭스가 없어 좋아하는 해외드라마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북부 출신인 빌 량(24)은 CNN에 "(런런잉스 폐쇄 소식을 듣고) 중국에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채널 하나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진하이쥔(金海军) 런민대 법학과 교수는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따른 판결이지만 중국 국민 사이에선 여전히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양한 해외 콘텐트가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채널을 당국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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