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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채용비리' 혐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2심서 무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은행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한은행장 시절 부정 채용에 관여한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용병(64)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조은래·김용하·정총령 부장판사)는 22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과 신한은행 인사담당 임직원 6명은 지난 2013~2016년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원·부서장 자녀 등의 명단을 관리하면서 특혜를 제공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대 1로 인위적으로 조정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신한은행 법인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지원 사실 전달, 합격시키라는 지시 아냐”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를 일부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과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알려 채용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직접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지원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만 여성보다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려 했다는 남녀 차별 관련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뒤집고 조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조 회장이 채용 과정에 관여했다고 제기된 3명의 지원자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을 인사 담당 직원에게 전달한 것을 합격시키라는 지시로 간주할 수 없다”며 “조 회장이 해당 지원자를 서류 단계라도 합격시켜줬어야 할 상황이나 특별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볼 때 부정 합격에 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정 합격자에 대한 판단 기준을 1심보다 낮추면서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른 지원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정 정도의 합격자 사정 과정을 거쳤다면 일률적으로 부정 통과자로 볼 수 없다"며 “공소사실에 부정 통과자로 적시된 지원자 53명은 대부분 청탁 대상자 또는 임직원과 연고 관계가 있는 지원자이긴 하나, 대체로 상위권 대학 출신이고 일정 점수와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기본적인 스펙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채용 비리 사건 처벌 까다롭다”  

다만 재판부가 부정 채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인사 담당 임직원들의 형량은 대체로 감형됐지만 일부는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일부 지원자들을 관리하거나, 설령 그런 명단을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이들을 일반 지원자와 별도 구별해 관리하거나 채용팀 관계자들이 그들의 지원 사실을 내·외부로부터 전달받아 인지해 채용업무를 진행한다는 그 자체만으로 특혜 제공에 따른 부정 채용을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현행법에 따라 채용 비리 사건을 처벌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채용 비리 자체를 처벌하는 법규가 없어 채용 비리 사건은 해당 회사의 인사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된다.

조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재판 과정에서 저희가 주장한 부분과 증거 자료 등을 재판부에서 충분히, 세심하게 본 것 같다"며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진심을 담아서 진솔한 마음으로 한 부분을 고려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좀 더 엄중한 잣대를 가지고 전반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투명한 절차를 확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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