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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340억 고수익···MZ에겐 '그깟 돌멩이'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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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분양하는 애완돌과 그 애완돌을 위한 집. 사진 체스피스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애완돌과 그 애완돌을 위한 집. 사진 체스피스

'처음에 입양되면 적응 기간이 필요해요. 한 시간 정도는 가만히 놔두시고 지켜봐 주세요.'
'주인의 행복을 빌어주며, 평생 주인 옆을 지킬 것을 보증합니다.'

반려견이나 반려묘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애완돌, 이른바 '펫스톤'이라 불리는 돌멩이를 입양할 때 받는 설명서에 적힌 문구입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어떻게 애완돌을 훈련하는지, 애완돌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하는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대하는 듯한 조언이 함께 들어있답니다.

애완돌을 분양하는 업체 '체스피스' 대표 여인하(29)씨가 키우는 돌들. 백경민

애완돌을 분양하는 업체 '체스피스' 대표 여인하(29)씨가 키우는 돌들. 백경민

자녀에게 선물로 사줬다는 부모들의 후기가 많지만, 자신을 위해 스스로 구매했다는 20~30대 청년들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는 애완돌에게 산책을 시켜주거나, 여행을 함께 다니거나, 맛있는 밥을 함께 먹었다는 인증샷이 속속 올라옵니다.

한 생명을 돌볼 여건은 안 되지만, 퍽퍽한 세상살이에 애정둘 곳이 필요한 현대인들. 바로 애완돌을 입양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밀실팀은 애완돌을 키우고, 애완돌을 다른 이에게 분양해주는 MZ 청춘들을 만나봤습니다.

내가 이름을 불러줬을 때, 그 돌은 친구가 됐다

"손에 쥐고 있으면 따뜻해지니까,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해요."(김모씨)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돌리에게 속상했던 일, 기뻤던 일, 얘기하다 보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가 돼요."(한서정씨)

김모(23·가명)씨는 대학교에 입학한 뒤 스트레스가 심해졌습니다. 편하게 '힐링'할 거리를 찾다 애완돌의 존재를 알게 됐죠. 김씨는 하나둘 모으던 애완돌이 점점 늘어나 지금은 약 70여 종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씨에겐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친구들이라고 해요.

김모(23)씨가 인터뷰 현장에 동행한 애완돌 '베리'(왼쪽)와 '포도'(오른쪽). 이지은 인턴

김모(23)씨가 인터뷰 현장에 동행한 애완돌 '베리'(왼쪽)와 '포도'(오른쪽). 이지은 인턴

"예쁘지 않나요?"

김씨는 가장 먼저 입양한 자수정 '베리'와 그레이프 아게이트인 '포도'를 밀실팀에 자랑하듯 보여줬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울 환경이 안 된다는 김씨는 "이름을 붙여주니까 정이 들었다"면서 "쳐다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설명합니다.

애완돌의 또 다른 장점은 "변함이 없다는 점"이라고 해요. 무생물인 만큼, 애정을 쏟는다고 해도 돌에겐 어떤 변화도 없지만 그 점이 오히려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는 거죠.

한서정(25)씨는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어하던 동생에게 애완돌 '돌리'를 선물했다가 자신이 키우게 됐습니다. 동생이 애완돌에 별 감흥이 없었기 때문이죠. 한씨는 "처음엔 눈코입을 그려주고 선반에 놓아뒀는데, 자꾸 보다 보니까 정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돌리가 어떤 도움이 되냐는 질문엔 "각자 자기 일만으로도 바쁜데 내 얘기를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다 들어줄 수는 없다. 그래서 돌리를 보며 얘기를 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편"이라고 답합니다.

한 달에 300개씩 분양···힐링 간절한 현대인들

애완돌, 많은 이들에게 생소하지만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미국의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게리 달이 1975년 고안한 'PET ROCK'이란 애완용 돌이 시초죠.

당시 그는 6개월 동안 돌맹이 150만개를 팔아서 약 600만 달러(현재 한화 가치 약 340억 원)의 고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다만 신기한 아이디어에 돈을 냈던 당시와 달리, 지금 애완돌을 키우는 사람들은 '힐링'에 좀 더 초점을 맞춥니다.

애완돌 분양 업체인 '체스피스' 대표 여인하(29)씨가 애완돌을 만들게 된 계기도 "위로가 필요해서"라고 해요. 여씨는 "코로나 시대에 집에만 계속 있다 보니 갑자기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다 애완돌을 생각해내게 됐다"고 말합니다. 답답한 코로나 시기, 여씨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위로를 건네는 방식인 셈이죠.

'체스피스' 대표 여인하(29)씨가 애완돌을 들고 있다. 백경민

'체스피스' 대표 여인하(29)씨가 애완돌을 들고 있다. 백경민

그렇다면 애완돌은 어디서 올까요? 여씨는 원예용 돌 중에서 애완돌이 될 만한 것들을 선별해낸다고 해요. 예쁘고 흠 없는 동글동글한 돌을 골라서 세척한 다음, 밀짚모자나 골판지 집 같은 아이템과 함께 발송하죠. 애완돌 키우는 방법이 적힌 가이드북과 편지도 함께입니다.

여씨의 진심이 담긴 돌은 한 달에 평균 300개씩 분양된다고 해요. 매일매일 빠르게 움직이지만 정작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기 어려운 시대. 가만히 멈춘 채 자신을 바라봐주는 돌을 보면서 희망을 갖고자 하는 청년들의 소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팍팍한 청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애완돌이 담긴 상자는 이런 문구로 채워졌습니다.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돌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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