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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포위' 나선 美 통상장관…"韓과 공급망 협력채널 신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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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통상정책을 이끄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0년만에 방한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돌며 공급망·기술 분야에서 대(對)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USTR 대표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에 참석했다.

여 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한미 FTA 비준 이후 양국 간 교역량은 26% 증가했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는 2배 이상 늘었다"며 "한미 FTA 공동위가 공급망, 기술, 기후변화, 백신, 디지털 무역 등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치 있는 플랫폼이자 더욱 강력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타이 대표는 이에 "한국은 미국의 가장 소중한 교역 파트너이자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라며 "한미 FTA는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계속해서 반영할 뿐 아니라 더욱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동위를 통해 공급망 회복력, 노동자 권리, 환경 보호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주요 문제와 도전 과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며 "오늘 공동위의 의제는 이러한 새로운 종류의 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타이 대표는 18일 방한 전 일본 NHK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경제적 이익을 지키고 이해를 공유하는 동맹·파트너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파트너 국가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경제 틀을 구축할 계획임을 공식화하는 발언이다.

타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CP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2017년 미국이 빠지면서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추진한 경제동맹체다. 그런데 올해 중국이 CPTPP에 가입 신청을 하자, CPTPP를 주도하기 어려워진 미국이 새 틀을 짜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우선 동맹국을 중심으로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채널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앞서 일본과는 ‘미·일 통상 협력 틀’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과는 한미 FTA 체계 아래에서 공급망·신기술·디지털 생태계·기후변화 등 신(新) 통상 이슈에 대해 전략적 파트너쉽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 美측에 철강·항공 관세 협조 요청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접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날 한국 정부는 우선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제한된 한국산 철강 수출 쿼터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10일 한미 상무장관 회담에서 우리 측이 제시한 우려를 재차 전달하고, 미국의 조속한 협의 개시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또 국내 항공사가 항공기 부품을 계속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미국 업체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협조를 요청했다. 또 현지에 진출한 기업 주재원의 비자 체류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달라고 촉구했다.

양국은 이날 회의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주요 신 통상 이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강화된 협의 채널을 통해 새롭게 접근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노동 및 환경 분야에서도 협력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FTA 노무협의회와 환경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너럴모터스(GM)·3M·CJ·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국무역협회 등 양국 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통상 관련 민관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참석 기업은 최근 문제가 되는 글로벌 물류 차질을 극복하고 공급망 복원 방안을 찾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 탄소중립과 사회적 책임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강화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美. 고용부 장관 만나 노동 문제도 협력 촉구 

앞서 이날 오전 타이 대표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한미 FTA에서 규정한 노동권 증진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미국 측 요청으로 마련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 장관과 USTR 대표 간 만남은 이례적인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무역과 노동 간 연계가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동자 중심(worker centered) 통상 정책’을 소개하고, 국제노동기준을 지키기 위한 양국의 협력 강화를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한미 FTA 노동장(章) 협력 메커니즘을 활용한 협력 방안 ▶제3국에서의 노동권 증진을 위한 양자 협력 ▶국제 공급망에서의 강제노동과 착취적 관행 근절을 위한 양자 협력을 제안했다.

안 장관과 타이 대표는 이날 제3국에 진출한 양국 기업이 현지 노동법을 준수하고, 근로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역량 강화 사업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양국은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협력사업 추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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