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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백 든 기괴한 눈빛의 여성…中 뿔나게 만든 사진 한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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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디올이 12일(현지시간) 상하이 전시회에서 선보였다가 중국 여론의 비판을 받은 사진. [SCMP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디올이 12일(현지시간) 상하이 전시회에서 선보였다가 중국 여론의 비판을 받은 사진. [SCMP 홈페이지 캡처]

중국 청나라 여성의 전통 의상을 입고, 손톱 장식을 한 홑꺼풀의 아시아계 모델이 강렬한 눈빛을 하고 있다. 그의 손엔 명품백이 들려 있다.

프랑스의 럭셔리 브랜드 디올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상하이의 웨스트 번드 아트센터에서 연 전시회에서 공개한 사진이다. 중국의 유명 사진 작가 천 만(陳漫)의 작품. 그런데 이 사진이 공개된 후 디올은 "중국 여성을 비하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 작품을 본 중국 관영 매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여성연맹이 운영하는 중국여성신문은 “디올의 행동은 중국 문화를 왜곡하고 중국 여성을 못생겨 보이도록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 사진은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매체는 또 “이번 디올의 유령 같은 사진은 대중들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서양 브랜드들의 미학과 문화 속에 있는 ‘오만과 편견’을 읽을 수 있다”고도 했다.

관영 베이징 데일리도 “이게 디올의 눈에 비친 아시아 여성의 모습인가”란 제하의 기사로 비판에 가세했다. 현지 매체들은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디올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여론을 소개하기도 했다.

SNS에서는 사진 작가 천이 그간 패션 잡지 보그 등을 통해 선보여 온 작품들이 주로 기괴한 눈빛, 음울한 표정과 청나라 복식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도 회자됐다. 베이징 출신의 천은 여배우 판빙빙(范冰冰), 대만의 린칭샤(林青霞, 임청하) 등과 작업한 바 있다.

SCMP는 논란이 거세지자 디올이 별다른 언급 없이 전시회에서 해당 사진을 내렸다고 전했다. 중국의 최대 SNS인 웨이보 채널에서도 사진이 삭제됐다.

다만 매체는 대부분 부정적인 여론이 높지만, 디올이 어두운 피부색의 아시아 모델을 고른 것을 호평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희고 고운 피부, 큰 눈을 선호하는 중국 내 '미인의 기준’을 오히려 벗어났다는 점에서다. 소수지만 “중국 내 다양한 민족의 모습을 표현했다”는 여론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브랜드가 중국에서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한 대학에서 펼친 마케팅에서 디올은 대만을 제외한 중국 지도를 사용해 중국인들의 심사를 건드렸다는 말이 나왔다. 이탈리아의 돌체 앤 가바나 역시 2018년 중국 모델이 젓가락으로 스파게티와 피자 등을 먹는 광고를 내보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서방의 의류 브랜드들은 정치적 입장 차이로 중국 내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한다. 스웨덴의 에이치앤엠(H&M), 미국의 나이키는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 문제가 불거지자 “신장 지역에 생산된 면직물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채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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