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이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유한기(66)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수사팀은 최근 유한기 전 본부장이 2014년 8월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남욱(48·구속) 변호사, 정영학(53) 회계사로부터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당시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2억원을 수수했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받았다는 돈의 액수를 두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진술이 서로 엇갈려 혐의 소명이 부족하단 이유로 기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앞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유한기 전 본부장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와의 대질 조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2억원을 준 게 맞지 않냐”며 반박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이들에게 받았다는 돈의 성격에 관해선 2014년 대장동 개발 사업 예정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관련, 한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로비 목적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대형 건설사 출신인 유한기 전 본부장은 2011년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채용된 뒤 유동규(52·구속기소) 전 공사 기획본부장이 꾸린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공사 설립과 대장동·위례 개발사업의 사전 정지작업을 주도해 왔다. 2013년 9월 공사가 설립되자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에 오른 그는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로 통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1차 절대평가 위원장, 2차 상대평가 소위원장을 맡아 화천대유자산관리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선정되도록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유한기 전 본부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구속)씨, 남 변호사 등이 받는 651억원+α 배임 혐의의 ‘윗선’을 규명하기 위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2015년 2월 황무성(71) 당시 공사 사장에게 ‘시장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정 실장’(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 등을 언급하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수사팀은 이 후보, 정 부실장, 유동규·유한기 전 본부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건도 수사 중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황 전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보름이 넘도록 유한기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 않아 법조계 일각에선 “윗선 수사 길목에 있는 유한기 전 본부장 수사엔 소극적”이란 지적도 나왔다.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되면서 강제수사 수단을 갖지 못한 수사팀은 최근 황 전 사장으로부터 사퇴 압박 의혹과 관련한 문자메시지 등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