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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재난지원금 반짝 효과…올 3분기 가계소득 8%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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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3분기 가계소득이 1년 전과 비교해 8% 뛰어올랐다. 소득 분배 지수도 크게 나아졌다.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덕이 컸다.

소득 증가율 15년만에 최대 #양극화 지표 큰 폭 개선 #9월 재난지원금 지급 영향

대전의 한 상가 매장 앞에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의 한 상가 매장 앞에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8일 통계청은 이런 내용의 올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가구당(전국 1인 이상, 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472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만2000원(8%) 늘었다. 2019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 폭 증가다. 15년 전인 2006년 가계동향 통계 첫 작성 때부터 따져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지난 9월 지급을 시작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영향이 컸다. 소득 상위 12%를 제외한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나간 지원금이 3분기 가구당 소득을 전년 대비 월 30만원 넘게 끌어올린 주요인이었다.

실제 전체 소득 가운데 3분기 가장 많이 늘어난 건 정부 지원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이전소득(전년 대비 30.4%)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단계적으로 완화되고 경기도 살아나며 근로소득(6.2%)과 사업소득(3.7%)이 늘긴 했지만 공적이전소득을 포함한 이전소득(25.3%)을 따라가지 못했다.

분기별 가계소득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분기별 가계소득 증감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3분기 고용 상황 호조 및 서비스업 업황 개선 등에 따라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증가했으며, 9월의 국민지원금 지급, 추석 명절 효과 등으로 공적 및 사적이전소득도 증가하면서 전체적으로 총소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이었던 추석이 올해는 9월로 앞당겨진 것도 3분기 소득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소득에서 각종 지출을 뺀 흑자액도 3분기 월평균 122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소득계층별로는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가 두드러졌다. 3분기 월평균 114만2000원으로 지난해와 견줘 21.5% 급증했다. 2분위 12%, 3분위 8.6%, 4분위 7.6%, 5분위(상위 20%) 5.7% 등 원래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증가율은 덜했다. 재난지원금이 상위 12%는 제외하고 지급된 데다, 기존 소득이 적을수록 1인당 25만원 지급의 효과가 크게 나타난 영향이다.

소득 5분위별 월평균 소득·소비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득 5분위별 월평균 소득·소비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재난지원금 덕분에 양극화 지표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소득 상위 20% 소득(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은 올 3분기 5.34였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해 2분기(5.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숫자가 낮을수록 양극화가 덜하다는 의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2006년 통계 조사 이래 최고의 소득 증가율과 2019년 이래 3분기 중 최저 수준의 5분위 배율을 기록하는 등 반가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에 홍 부총리 글을 공유하며 “매우 기쁜 소식”이라고 밝혔다.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살아나는 경기에 여러 가지 정책효과가 이상적으로 결합한 성과”라고도 했다. 하지만 실상은 재난지원금 ‘착시 효과’가 컸다.

3분기 가계 경제가 크게 나아지긴 했어도 재난지원금에 따른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 백신 공급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경고음이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일시적 효과에 머물렀던 전례가 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가구당 월평균 소득·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 88%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효과로 소득 격차가 일부 줄었지만, 저소득 가구에 선별 지원을 했다면 양극화를 더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3분기에 일용직 등 취약계층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부터 받은 타격을 이전소득으로 막고는 있지만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 교수는 “소득 격차는 경기 침체기에 가장 많이 벌어지는데,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회복 과정에서 소득 격차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백신 접종 확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재난지원금 지급 등 영향으로 가계 지출도 늘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50만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6% 증가했다. 식료품ㆍ비주류 음료(5.7%), 의류ㆍ신발(10%),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7.2%) 등 모든 항목에서 소비지출이 늘었다. 가파르게 오른 유가 탓에 주거 연료비(14.1%), 운송기구 연료비(16.4%) 지출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방역 단계가 낮아지며 여행ㆍ외출이 늘면서 숙박비(22.7%), 문화서비스(7.4%), 운동ㆍ오락서비스(6.5%) 지출 역시 호조를 보였다.

경상조세(16.8%), 사회보험료(12.1%) 같은 비소비지출도 3분기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 세제 강화, 사회보험료 인상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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