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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반값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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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2007년 경기도 군포시에서 토지임대부(299가구) 및 환매조건부(321가구) 주택 사업이 처음 진행됐다. 토지임대부는 공공이 소유한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 대신 매달 토지 임대료를 낸다. 환매조건부는 집을 팔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다. 시세차익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당시 청약의 경쟁률은 고작 0.1대1을 기록했다. 결국 일반분양으로 전환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로또 청약’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2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LH서초5단지)과 강남구 자곡동(LH강남브리즈힐)에 공급된 아파트다. 당시 전용면적 84㎡가 2억원(월 임대료 50만원)에 분양됐는데, 현재 시세는 12억~13억원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은 공공에만 팔아야 하는 환매조건부가 붙었다. 로또 청약 사례가 다시 나오기 어려워진 셈이다.

서울시가 현재 추진 중인 ‘반값아파트’ 역시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방식이 유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을 임명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냈다. 김 사장은 “강남 5억원, 비강남 3억원대로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내 평균 아파트 가격이 12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값이 아니라 ‘반의반 값 아파트’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런데 반응은 영 신통찮다. 매달 임대료를 내고 마음대로 팔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사실상 월세’라거나 ‘반쪽아파트’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근 주민과 자치구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강남구는 후보지로 거론된 옛 서울의료원 부지 제공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러니 물량 공급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공급확대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은 지난 16일 “구체적인 공급 규모나 시기, 재원조달 방안 등 알맹이가 빠져있는 청사진”이라고 반값아파트 정책을 비판했다. 시의회는 김헌동 사장 임명과 반값아파트 정책을 줄곧 반대해오긴 했다. 하지만 서울시와 SH가 괜한 어깃장 놓기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알맹이’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값아파트가 반짝, 혹은 반쪽아파트가 되는 전례를 우리는 충분히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