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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부지 털자…불법투기 43명, 유명 유튜버도 가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영수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온라인 브리핑 방식으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 불법 투기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17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영수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이 온라인 브리핑 방식으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 불법 투기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서 부동산 투기를 한 기획부동산 업자와 위장 전입자 등이 경기도에 대거 적발됐다. 유명 부동산 유튜버도 무등록 중개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고 경기도는 밝혔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은 용인시 처인구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지구 일대의 토지거래허가 과정에 대한 기획수사를 벌여 모두 43명을 적발, 전원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조사한 결과다.

검찰에 송치된 이들은 기획부동산 5곳(5명), 위장 전입 29명, 명의신탁 6명, 무등록·무자격 부동산 불법 중개 3명 등이다. 이들이 불법 투기에 투자한 금액은 198억원이다.

농사짓겠다고 땅 산 뒤 매입한 기획부동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매매 허가를 받으려면 토지이용 의무기간, 직접 영농, 직접 거주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농업회사법인 형태로 기획부동산을 운영하거나 위장 전입 또는 명의신탁 등의 방법으로 토지거래허가를 불법 취득했다.

기획부동산 5곳은 농사를 짓겠다며 싸게 산 땅을 팔다 적발됐다. 이들 기획부동산이 얻은 시세 차익만 28억원에 이른다.

평택시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대표 A씨는 2019년 4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오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의 땅 11필지(1만6018㎡)를 28억6000만원에 샀다. 이 땅 중 5필지를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20필지로 분할한 뒤 “주택이나 소매점 건축이 가능하다”고 홍보해 땅을 산 지 1~8개월 만에 50억2000만원에 판매해 21억60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일부 매수자들이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법무법인 직원 B씨에게 2000만원을 주고 가족 명의 주택과 농지 등에 땅 매수자 7명을 위장 전입시키기도 했다. 땅 매수자 7명도 위장 전입, 명의신탁, 위탁경영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특사경 조사 결과 A씨는 농업경영 의사가 없는데도 영농 목적으로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해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 불법 투기 수사 결과 주요 사례. 경기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 불법 투기 수사 결과 주요 사례. 경기도

천안시에 사는 C씨는 토지거래허가의 주거지 조건을 갖추기 위해 2019년 2월 농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에 위장 전입했다. 이후 6억원에 산 원삼면 일대 농지 2필지(1332㎡)에 대한 토지거래허가를 받았는데 ‘영농’ 목적으로 땅을 사 놓고 위탁 영농을 하다가 적발됐다. C씨 등 위장 전입자 29명이 불법적으로 거래한 땅만 34필지에 달한다.

유명 부동산 유튜버도 범행 가담

명의신탁으로 불법적으로 땅을 산 사례도 있었다. 수원시에 사는 D씨는 2019년 4월 원삼면 일대 땅을 2억1000만원에 사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주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불발될 상황에 놓이자 중개사무소의 중개보조원 명의를 빌려 토지거래허가를 취득해 적발됐다.

4만3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부동산 유튜버 E씨는 관할 관청에 중개사무소의 개설 등록을 하지 않고 A씨의 농업회사 법인 소유의 땅을 매수자들에게 중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E씨는 A씨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1억원을, 매수자 7명으로부터 건당 300만~400만원씩 1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특사경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불법 투기자를 검거한 전국 최초 사례”라며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엄중하게 수사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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