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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오징어 게임’ 대박 신화 이어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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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수많은 화제와 뉴스를 쏟아낸 ‘오징어 게임’이 지난 9월 23일 개봉 이후 11월 7일까지 47일 동안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유튜브 영상 조회 수도 그간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해온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앞섰다. 앞으로 한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가 언제 또다시 이런 기록을 세울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경이롭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흥행 덕분에 3분기 신규 가입자가 440만 명이나 늘었고, 제작비 253억원을 투자해 40배 가까운 1조원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스타 BTS가 불러일으킨 K팝의 글로벌 확산에 이어 이제 대한민국은 콘텐트 제작 강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3개 부처로 나뉜 정책 비효율적
‘플랫폼 진흥법’ 제정 미룰 수 없어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만 대박이 났고, 한국 창작자와 제작자들은 쪽박을 찼다는 표현으로 수익 배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약 내용을 보면 넷플릭스가 모든 저작권을 갖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투자 실패의 부담도 지게 되는 넷플릭스만을 탓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계기로 한국의 미디어 산업의 제작 생태계 전반을 되짚어 보고,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구글이나 아마존·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글로벌 10대 기업에 무려 7개의 플랫폼 기업이 포진해 있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우리나라 경제와 문화산업 역시 플랫폼 기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국내 미디어 콘텐트 및 플랫폼 시장의 위기를 가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넷플릭스의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전 세계 최대 콘텐트 제작사인 디즈니까지 한국에 상륙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웨이브·티빙 등 토종 OTT 사업자들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또한 국내 이용자들이 케이블TV와 IPTV 등 국내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해외 OTT 서비스로 옮겨가는 ‘코드 커팅’이 가속화되면 우리 미디어 시장은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국내 미디어를 둘러싼 콘텐트 및 플랫폼 정책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관련 산업에 대한 진흥보다 규제에 치우쳐 있고, 무엇보다 이를 관장하는 주무부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문화관광체육부 등 3개 부처로 쪼개져 있어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 특히 OTT를 둘러싼 관할권 확보에만 집착해 각자 관련 법안을 추진하는 등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에서 보았듯이 우리의 콘텐트 경쟁력은 할리우드와 당당히 경쟁할 정도로 성장했다. 콘텐트의 중요한 원천이 되는 웹툰과 웹소설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국내 콘텐트 제작 지원 기관과 기금이라도 일원화해 관련 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관련 부처가 모여 국내 OTT 산업을 지키기 위한 진흥법을 제정해 국내 미디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는 글로벌 OTT 기업을 견제할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구글의 인앱 결제에 맞서 국내 산업과 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앱 결제 금지법’을 만들지 않았는가.

국내 OTT 사업자들의 경쟁은 이제 무의미해진 만큼 콘텐트 제작 공동투자조합 등을 구성해 함께 제작하고 국내 사업자들끼리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도모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한 과제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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