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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5억대” vs “집값 영향 못줘” 반값아파트 첫삽 뜰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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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2차 본 회의에 참석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왼쪽)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2차 본 회의에 참석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신임 사장(왼쪽)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추진 중인 ‘반값아파트’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반값아파트 추진을 내건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임명되면서다. 서울시는 공급확대와 집값 안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사장을 부적격이라고 의견을 냈던 시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 후보지로 거론되는 자치구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사업 시행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인호 서울시의회의 의장은 16일 “시의회의 부적격 의결이 있었음에도 김 사장 임명이 강행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전날 김 사장을 임명한 오 시장을 비판했다. 이날 열린 제303회 제2차 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김 의장은 “반값아파트는 어디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정책”이라며 “구체적인 공급 규모나 시기, 재원조달 방안 등 알맹이가 빠져있는 청사진일 뿐”이라고 했다.

반값아파트는 서울시와 SH공사 등 공공이 토지를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방식의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분양 원가의 절반을 넘는 토지비를 내지 않고, 건물 가격만 내고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다. 이 방식을 이용하면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강남에서는 5억 원대, 비강남 지역에서는 3억 원대로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김헌동 신임사장의 주장이다.

그러나 주민과 자치구도 반값아파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강남구는 최근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 공공주택 공급과 관련해 법률자문 계획을 세우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10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헌동 사장이 반값아파트 후보지로 ▶옛 서울의료원 ▶서울무역전시장(SETEC) ▶수서역 공영주차장 ▶옛 성동구치소 등을 꼽은 데 따른 것이다. 서울의료원 부지에는 반값아파트 대신 국제 교류업무지구 조성사업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강남구의 주장이다.

다른 후보지 역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SETEC 부지는 2015년 서울시가 제2시민청을 지으려고 했다가 주민 반대에 부닥쳐 무산된 바 있다. 2019년 초에는 강남구 주민 1만명이 SETEC 부지의 마이스(MICE) 단지 확대 개발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라며 서울시에 집단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반값아파트의 현실성과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집값 안정에 기여할 정도의 충분한 물량에 이르진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 살고 싶지만, 높은 집값 때문에 그러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김 사장의 임기동안 100개 단지나 나올까, 넉넉잡고 1만개가 나온다고 해도 가격안정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지 임대료가 예상보다 클 경우 입주자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남 등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이 땅값이 비싼 지역이라서다. 반값아파트는 적은 돈을 내고 입주하지만, 매달 토지 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실제로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초구와 과천 일대에 공급한 토지임대부 아파트의 경우 당시 분양가는 2억원이었지만 입주민들은 매달 45만원의 토지임대료를 내고 있다.

반값아파트의 환매조건부 방식도 수요를 반감시키는 요소라는 평가다. 가격이 절반인 대신, 소유권도 절반인 격이어서다. 환매조건부는 싸게 분양받은 후 공공에 다시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되파는 조건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막대한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환매조건부 형식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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