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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폭풍 타고 날아온 '죽음의 전갈떼'…하룻밤 500명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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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사막에 서식하는 전갈. 독성이 있어 '죽음의 사냥꾼(deathstalkers)'이라고도 불린다. [AFP=연합뉴스]

이집트의 사막에 서식하는 전갈. 독성이 있어 '죽음의 사냥꾼(deathstalkers)'이라고도 불린다. [AFP=연합뉴스]

이집트의 남동부 아스완에서 지난 주말새 기상 이변으로 홍수와 전갈떼가 마을을 덮치면서 500명 넘는 주민들이 전갈에 물려 부상을 입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아스완 지역엔 지난 12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고, 먼지 폭풍이 일었다. 홍수로 인해 3명의 군인이 감전사하고, 103채의 가옥이 파괴됐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 지역에 천둥과 함께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장면이 올라왔다. 나일강 주변에 위치한 아스완은 일년 내내 비가 내리는 날이 거의 없는 고온건조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집트 정부는 갑작스러운 홍수에 나일강의 선박 통행을 중단하고, 고속도로도 임시 폐쇄했다. 15일 현재 강과 도로의 통행 제한은 풀렸지만, 일부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마을에는 물과 전기가 끊겼고, 주민 수천 명은 무너진 가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현지 매체 스카이뉴스 아라비아에 따르면 아스완 샬랄 지역에선 공동 묘지가 폭우로 무너지면서 유해가 떠내려가 당국이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쏟아진 비에 놀란 건 주민들만이 아니었다. 둥지를 벗어난 뱀과 전갈들이 민가로 몰려들면서 주민들이 전갈에 물리는 사고가 속출했다. 이집트 보건부는 80여 명이 아스완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수백 명은 인근 병원들에 나뉘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사막에 서식하는 노란 전갈은 약 10cm의 몸에 꼬리 부분엔 치명적인 독성을 갖고 있다. 독에 물리면 심한 통증과 발열·구토 등의 증상을 겪는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죽음의 사냥꾼(데스스토커·deathstalker)’이라고도 불린다. 전갈들은 보통 사막에서 굴을 파고 살다가 비가 오면 나무나 높은 지대로 올라간다고 한다. 이번 홍수 때도 전갈들은 가옥의 균열을 타고 집안으로 침투해 산비탈 마을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주말 이집트 남부 아스완에 폭우가 내리면서 비를 피해 전갈들이 민가로 들이닥쳤다. 수백 마리의 전갈이 마을로 이동하면서 500명 넘는 주민들이 전갈에 쏘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누비아페이지 페이스북]

지난 주말 이집트 남부 아스완에 폭우가 내리면서 비를 피해 전갈들이 민가로 들이닥쳤다. 수백 마리의 전갈이 마을로 이동하면서 500명 넘는 주민들이 전갈에 쏘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 누비아페이지 페이스북]

좀처럼 볼 수 없던 홍수에 전갈떼마저 등장하면서 현지 주민들은 “성경에 나오는 재앙의 징후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 지역 뉴스를 전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누비아페이지에는 “신이시여, 질병과 전염병의 악에서 우리를 지켜주소서!”란 글과 사진들이 올라왔다.

NYT는 “이집트의 아스완에는 7년 만에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이전에도 홍수가 난 적은 거의 없다”며 “이집트 정부와 과학자들은 기상 이변이 이번 폭우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기후 변화는 이집트의 농경지를 사막화하고 있다. 올리브·대추야자 농업에 피해를 주고, 여름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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