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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일만 부통령 떠넘겨" 백악관 들끓는 '해리스 견제설'

중앙일보

입력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와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백악관 내부에서 지속적인 견제를 당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CNN은 15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의 전현직 참모들, 정부 당국자들과 민주당 당직자 등 30여 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참모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참모들에 의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열외로 취급되고 있다"며 분노했다. 또 참모들은 "해리스 부통령 본인도 주변 사람들에게 '정치적으로 업무에 제약이 많다'고 토로했다"고 전했다.

15일(현지시간) 나란히 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나란히 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EPA=연합뉴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인도계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는 취임 초기만 해도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통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78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못할 경우 '유력 차기 후보'가 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민 정책 등 주요 현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내 부통령 견제설'까지 나온 것이다.

바이든 지지율 추락에 신경전 표면화?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과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해리스 사이의 신경전이 표면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14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지난 7~10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1%로 자체 여론 조사 결과 중 취임 후 가장 낮았다고 보도했다. 물가 상승과 공급망 위기 등 경제 문제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처럼 바이든 정부가 집권 1년도 안돼 위기를 겪자 워싱턴 정계에선 벌써부터 2024년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는 상황이다. CNN은 해리스 참모들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의 참모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정치적 야심 때문에 대통령에게 충직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이 해리스 부통령을 본격 견제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어려운 일 부통령에 떠넘겨…정책 결정에 소외"

바이든은 애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해리스에게 기대했다고 한다. 해리스와의 주례 오찬을 정례화하고, 매일 아침 보고에 배석시킨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 하지만 해리스는 이민 정책과 같은 바이든 정부의 난제들을 떠맡으면서 위기에 몰렸다. 중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급증하자 바이든은 지난 3월 해리스에게 이 문제를 전담하도록 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비판이 해리스에게 집중됐다. CNN에 따르면 해리스 참모들 사이에선 "부통령에게 해결이 어려운 일들을 잔뜩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해리스의 참모들은 지난 5일 의회에서 통과된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해리스가 소외당했다고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내 핵심 참모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관련 논의를 할 때 해리스 부통령은 미 항공우주국(NASA)을 방문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CNN은 해리스 부통령은 당일 저녁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인프라법 처리를 지켜보는 마지막 순간 같은 자리에 있긴 했지만, 그 이전의 주요 논의 과정은 해리스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아프간 철군 결정에도 불만을 품었지만, 그의 의견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일부 참모들의 증언도 나왔다.

해리스 부통령. [A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 [AP=연합뉴스]

해리스 자질 문제도…대안은 부티지지?  

일각에선 백악관에서 해리스의 입지가 좁아진 건 해리스 본인의 자질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CNN은 해리스는 최근 역대 부통령 가운데 드물게 대통령보다 의회 경험이 짧아 운신의 폭이 좁을 수 있다고 평했다. 또 백악관 일부 부서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는 등 부통령직에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잇따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난 6월 과테말라 방문 당시 연 기자회견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국에 오지 말라"고 답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 8월엔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사태가 심각한 가운데 관련 질문을 받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 논란이 일었다.

이같은 여파로 해리스의 인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민주당 일각에선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티지지는 미국의 첫 성소수자 장관으로 언론에 자주 노출돼 인지도가 높다.

"부통령은 핵심 동반자" 백악관 대변인은 일축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CNN은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란 점 때문에 해리스에겐 철저한 검증이 뒤따르고,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면도 있다고 평했다. 또 바이든이 부통령 시절 참모들도 오바마 대통령 참모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등 대통령과 부통령 참모들간 충돌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해리스 견제설' 진화에 나섰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부통령은 대통령의 핵심 동반자일 뿐 아니라 투표법과 이민 문제 등 국가의 당면 현안을 이끌어 나갈 핵심 지도자"라며 갈등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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