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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처럼 서서 여우처럼 치는 강백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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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강백호가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8타석 연속 출루하며 이 부문 타이기록을 세웠다. [뉴스1]

강백호가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8타석 연속 출루하며 이 부문 타이기록을 세웠다. [뉴스1]

KT 위즈는 지난 14일과 15일 한국시리즈(KS) 1~2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모두 이겼다. KT의 주포 강백호(22)는 2경기에서 5타수 5안타 3볼넷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활약했다.

1차전의 선취점도, 쐐기점도 강백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4회 말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그는 후속 타자들의 출루와 진루타에 힘입어 선취 득점을 올렸다. 7회 말에는 4-1로 달아나는 쐐기 타점을 뽑았다. 두산이 좌타자 강백호를 막기 위해 좌투수 이현승을 올렸으나 소용없었다. 강백호는 이현승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 좌익선상 적시타를 쳤다. 강백호가 두 점을 만들었고, KT는 창단 첫 KS 승리를 거뒀다.

강백호는 KT의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KT에 입단해 첫해 신인왕, 지난해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는 더 빛났다. 8월 17일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9월 타율 0.250에 그치며 타격왕을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에게 넘겨줬지만, KT 정규시즌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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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골고루 보내는 기술적인 타격 덕분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올해 강백호가 좌우로 보낸 타구가 각각 158개로 같았다. 안타도 밀어서 친 좌측 안타가 68개로 우측(47개)보다 더 많았다.

강백호는 10월 24일 키움전에서 좌전 안타 2개를 친 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내가 변화구를 우측으로 잡아채는 성향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상대가 (오른쪽으로) 시프트를 걸더라”며 “무게 중심을 뒤에 둔 채 의식적으로 밀어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10월에 강백호가 당겨친 안타는 7개, 밀어친 안타는 12개였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정규시즌 마지막 1위 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백호는 6회 초 2사 1·3루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영건 에이스 원태인의 직구를 밀어서 좌전 적시타로 만들었다. KT는 1-0 승리를 거두고 KS에 직행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리즈 시작 전 강백호에게 ‘상황에 맞는 타격만 해달라’고 하니 그렇게 훈련하고 있다고 하더라”며 칭찬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스윙 어프로치(타격 접근법)에 주목했다. 허 위원은 “KT가 KS 준비를 잘하고 나왔다. 단기전에서는 타자들의 스윙 어프로치 설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투수가 던지는 공은 다르다. 좋은 공을 던지지 않기 때문에 타자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압축된 경기에서 필요한 것들을 강백호가 잘해냈다”며 “강백호가 타이 브레이커 때도 그랬지만 KS 1차전에서도 끌어당겨서 장타를 욕심내는 스윙을 하지 않았다. 짧은 커리어에 비해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잘한다. 또 한 단계 성숙한 야구, 발전된 야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개인 타이틀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그래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다. 그는 시즌 말 “개인상이 최우선은 아니다. 난 이제 만 22세이다. 타격 다관왕이나 MVP는 나중에 노려도 된다. 가장 큰 목표는 KT를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방망이가 KT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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