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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팀 막내, 우승 9부 능선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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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T 위즈 오른손 투수 소형준이 15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1회초 2사 1·3루 위기에서 박건우를 3루 땅볼로 잡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KT 위즈 오른손 투수 소형준이 15일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1회초 2사 1·3루 위기에서 박건우를 3루 땅볼로 잡아낸 뒤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소형준(20)은 막내 구단 KT 위즈의 첫 번째 ‘가을 투수’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창단 후 첫 포스트시즌 경기였던 지난해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소형준을 선발로 내세웠다. 두산 에이스인 라울 알칸타라와 맞대결할 투수로 외국인 에이스가 아닌 신인 소형준을 낙점했다.

결과는 눈부셨다.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KT는 접전 끝에 패했지만, 슈퍼 루키의 호투에 모두가 놀랐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웬만해선 신인 투수를 가을야구 1차전 선발로 낼 수 없는데, 이 감독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겠다”고 했다.

올해 소형준은 개막전 선발 투수로 프로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KT 구단 역사상 국내 투수가 시즌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한 건 소형준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봄이 다 가고 무더위가 찾아올 때까지, 소형준은 지난 가을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24경기 119이닝 7승 7패 평균자책점 4.16. 신인이던 지난해 성적(26경기 133이닝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에 모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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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준은 도쿄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하지도 못했다. 1군을 잠시 떠나 2군에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야 했다. 그래도 결국 해답을 찾았다. 후반기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하면서 반등했다. 특히 9월 이후 올 시즌의 7승 중 3승을 따내면서 또 한 번의 가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형준의 계절’이 왔다.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한국시리즈(KS) 2차전. 정규시즌 우승팀 KT가 맞이한 상대 팀은 또다시 두산이었다. 이 감독은 1차전 승리 투수가 된 윌리엄 쿠에바스에 이어 소형준에게 두 번째 경기를 맡겼다.

거리낄 게 없었다. 소형준은 데뷔 후 줄곧 두산에 강했다. 두산전 통산 9경기(선발 8경기)에 나서 46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5승 1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지난해 두산전에서 유일하게 홈런을 맞지 않았고, 올해는 두산을 상대로 3경기 평균자책점 1.00으로 펄펄 날았다.

초반은 불안했다. 소형준은 1회 초 두산 허경민과 강승호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다음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가 우익수 앞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가 되는 듯했다. 이때 베테랑 2루수 박경수가 후배의 짐을 덜어줬다.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낸 그는 안타성 타구를 병살타로 바꿨다. 소형준은 크게 환호하며 선배를 향해 고맙다는 사인을 보냈다.

위기를 넘기자 주 무기인 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살아났다. 소형준은 2회 초 1사 1루 김인태 타석과 3회 초 1사 1루 강승호 타석에서 각각 투심을 던져 내야 땅볼을 끌어냈다. 두 타구 다 병살타로 연결돼 그대로 이닝이 끝났다.

한국시리즈 2차전 (15일·서울 고척)

한국시리즈 2차전 (15일·서울 고척)

그 사이 KT 타선은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만들어나갔다. 황재균이 1회 말 선제 솔로홈런을 쳤고, 5회 말엔 박경수와 심우준의 연속 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조용호가 우중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았다. 황재균의 희생번트와 강백호의 고의4구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선 유한준의 몸에 맞는 공, 제라드 호잉의 볼넷으로 연속 밀어내기 득점을 얻어냈다. 장성우는 적시 2루타로 2점을 더 보태 넉넉한 6-0 리드를 안겼다.

힘이 난 소형준은 6회 초 2사 2루에서 마지막 타자 박건우를 3루수 땅볼로 아웃시키고 임무를 마쳤다. 6이닝 3피안타 5볼넷 무실점. KT는 6-1로 이겨 우승에 필요한 4승 중 2승을 먼저 확보했다. 7전 4선승제 시리즈에서 1·2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89.5%(19번 중 17회)에 이른다.

소형준은 KS 등판을 앞두고 “두산에 지난해 PO 패배를 복수한다는 생각은 없다. 난 그저 통합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가을에 ‘1승’이 새겨졌다. 막내 구단의 막내 에이스가 자신의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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