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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찢어진 어깨 힘줄을 매듭 없이 고정, 보강물 덧대서 재발률 낮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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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진화하는 회전근개 파열 치료법

"회복 더딘 기존 수술 단점 보완
재파열률 10% 수준까지 낮아져
오십견으로 착각해 방치 땐 악화"

제일정형외과병원 조남수 원장은 낡고 심한 회전근개 파열 수술 시 보강물과 함께 봉합하면 회전근개 파열의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제일정형외과병원 조남수 원장은 낡고 심한 회전근개 파열 수술 시 보강물과 함께 봉합하면 회전근개 파열의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360도로 움직이는 부위가 ‘어깨’다. 어깨 관절을 감싸는 4개의 힘줄인 ‘회전근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회전근개 중 하나라도 끊어지거나 손상된 질환인 ‘회전근개 파열’은 염증·통증을 동반하며 팔의 움직임을 저해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최근 치료법이 진화하면서 회전근개 치료 성과도 좋아지고 있다. 17년간 회전근개 파열 등 어깨 질환 수술 5000건 이상 보유하며 이 분야 권위자로 평가받는 제일정형외과병원 관절센터 조남수 원장에게서 회전근개 파열의 원인·증상과 다양한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회전근개 파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노화다. 조남수 원장은 “옷이 오래될수록 해지고 찢어지듯, 회전근개도 나이가 들수록 탄력이 떨어지고 닳으면서 찢어지기 쉽다”며 “주로 50대부터 회전근개의 퇴행성 변화가 빨라지고 60~70대는 파열에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수영·골프 등 팔을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를 즐기거나 팔을 딛고 넘어지는 등의 외상을 입어도 회전근개와 주변 부위에 염증·통증을 유발해 회전근개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해선 증상을 빠르게 감별해야 한다. 그런데 회전근개 파열 증상을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으로 착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십견은 어깨가 굳어 타인의 도움으로도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는 반면, 회전근개 파열은 스스로 팔을 올리지 못하지만 누군가가 도와주면 팔을 올릴 수 있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 팔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있으며, 컵을 집어 들다 갑자기 떨어뜨릴 정도로 팔의 힘이 떨어지고,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게 회전근개 파열의 주된 증상이다. 조 원장은 “정확한 진단 없이 통증완화 치료나 민간요법으로 회전근개 파열이 더 진행해서야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어깨 통증이 지속하거나 심해진다면 정형외과의 어깨 관절 전문의와 상담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열 약하면 약물·운동으로 관리

회전근개 파열은 회전근개의 파열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회전근개가 일부 손상된 정도라면 약물치료 또는 주사요법을 선택적으로 시행해 염증을 완화하면서 스트레칭 같은 운동요법, 탄력 고무밴드를 활용한 가벼운 근력 운동으로 남아 있는 힘줄을 강화하는 보존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조 원장은 “통증을 잘 조절하면서 어깨의 기본적인 유연성을 확보하고 남은 회전근개의 근력을 키워 회전근개의 추가 손상을 막는 게 보존적 치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통증이 지속하거나 물건을 놓칠 정도로 근력이 떨어지고 회전근개 파열 범위가 1㎝ 이상으로 크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기존의 ‘회전근개 봉합술’은 찢어진 회전근개 조직을 붙이기 위해 실로 매듭을 지어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매듭이 많을수록 매듭 부위의 혈류가 저해돼 수술 후 회전근개의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조 원장이 연구해 미국 스포츠학회지(2012)에 게재한 ‘혈류량 보존 봉합술’은 파열된 회전근개에 가급적 매듭을 짓지 않고 회전근개 안쪽을 통과한 실을 바깥쪽 실에 걸어 고정하는 방식으로, 불필요한 매듭을 없애 회전근개로 가는 혈류량을 보존하고 힘줄의 치유력을 높인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조 원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 회전근개 봉합술을 받은 환자의 수술 후 재파열률은 18.6%에 달했지만, 혈류량 보존 봉합술을 받은 환자는 5.9%에 그쳤다.

최근엔 회전근개의 성분인 콜라겐을 넣어 약해진 회전근개의 질을 높이는 수술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른바 ‘콜라겐 패치 보강술’로, 피부 유래 콜라겐 성분이 든 보강물을 너덜너덜해진 회전근개에 붙여 함께 봉합하는 방식이다. 조 원장은 “낡고 해진 옷감에 새 옷감을 덧대면 옷이 탄탄해지듯 낡은 회전근개에 콜라겐을 덧대 회전근개의 기능을 복원해 주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회전근개 파열은 파열 범위에 따라 소파열(1㎝ 미만), 중파열(1~3㎝), 대파열(3~5㎝), 광범위 파열(5㎝ 이상)로 분류한다. 대파열 이상일 때 기존의 회전근개 봉합술을 받으면 수술 후 재파열률이 20~25%이지만, 혈류량 보존 봉합술과 콜라겐 패치 보강술을 시행하면 재파열률이 10% 수준까지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최후 보루는 인공관절 수술

회전근개 파열을 장기간 방치하면 꿰맬 힘줄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럴 때 최후의 보루는 어깨 인공관절 수술이다. ‘회전근개 봉합이 불가능한 광범위 파열’에 한해 실시한다. 조 원장은 “회전근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깨 관절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것”이라며 “인공관절 수술은 회전근개 없이 인공 물렁뼈·관절로 팔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단, 인공관절의 수명은 매년 1%씩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어깨 인공관절 수술은 70세 이후에 권장된다. 조 원장은 “회전근개 파열은 방치할수록 파열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평소 기지개·스트레칭으로 어깨 유연성을 유지하되, 해결되지 않는 어깨 불편감이 있으면 어깨 전문의를 찾아 자신의 상태에 맞게 관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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