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남자셋 여자셋'(1996~99년)으로 국내 TV에 청춘 시트콤을 처음 도입했고, '세 친구'(2000~2001년) '연인들'(2002년)로 성인 시트콤이라는 새 장르를 열었던 '시트콤의 달인' 송창의 PD(50.사진). 그가 1년여 만에 '형사'(SBS 금요일 밤 9시55분)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달 7일 첫 방송되는 '형사'역시 무대를 달리한 시트콤. 가상의 서울경찰서에서 펼쳐지는 개성 만점 형사들의 좌충우돌식 활약상을 그린다. 29일 제작 발표회에서 만난 송 PD는 그간 가족과 친구.연인 사이라는 좁은 틀에 묶여 있던 국내 시트콤의 한계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단순히 배경만 바꾼 게 아니라 '드라메디(드라마+코메디의 합성어)'라는 새 형식에 도전하려 합니다. 일반적인 시트콤보다 드라마적 성격을 강하게 집어넣겠다는 뜻이죠. 가벼운 웃음 대신에 극의 짜임새를 보는 재미를 줄 겁니다." 또 한번 시트콤의 신천지를 개척하겠다는 소리다.
형사라는 직업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올 3월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는가 하면, 전직 형사들에게 대본의 감수를 맡기는 등 만만찮은 과정을 거쳤다. 연예인 납치사건.마약 사건 등 시의성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 극 전반에 사회 풍자적 색채도 가미했다.
"작가들한테 '우리는 지금 형극의 길에 들어섰다'고 공언했습니다. 예전에 늘 하던 시트콤에 비해 두 세배는 힘들어요. 어쩌면 시청자들이 '거 되게 안 웃기네'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매번 새로운 걸 하고 싶은데 어쩝니까."
그러고 보니 77년 MBC에 입사해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을 맡아 오락프로 부문의 스타 PD로 군림하다 느닷없이 시트콤으로 방향을 튼 것,'현역으로 일하고 싶다'며 MBC 부국장 자리를 박차고 프리랜서로 나선 것 모두가 새로운 도전의 연장이었던 셈이다.
한편 이번에 송PD가 자발적으로 택한 가시밭길엔 '세친구' 때 만났던 윤다훈.박상면이 주연으로 동반해 그리 쓸쓸하진 않을 듯하다. "연기 잘하고 인기 많다고 해서 시트콤 잘하는 게 아니에요. 두 사람처럼 대본의 맛을 살려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하는 재주가 있어야죠. 함께 힘을 모아 참신한 작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신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