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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남기고, 고통은 미뤘다…석탄발전 단계적 '감축' 합의

중앙일보

입력

세계 각국이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내년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시 점검하는 내용이 담긴 ‘글래스고 기후협약’(Glasgow Climate Pact)이 13일(현지시간) 나왔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우여곡절 다시 '숙제검사' 합의문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지난 2주간 협상을 계속했던 세계 197개국 대표단은 예정된 기간에서 하루를 더 넘기는 진통 끝에 이번 합의문을 마련했다. 하지만 COP26의 알록 샤르마 의장은 이날 합의문을 놓고 “위태로운 승리다. 1.5도라는 목표는 살아있지만, 그 맥박은 약하다”고 평가했다. 참가국 간 이견으로 합의문안이 뒤로 밀렸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절차가 이렇게 전개된 것에 대해 모든 국가의 대표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실망을 이해하지만 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록 샤르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 의장이 2021년 11월13일 '글래스고 기후협약' 도출 후 마무리 발언을 하며 고심에 잠긴 모습. [AFP=뉴스1]

알록 샤르마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 의장이 2021년 11월13일 '글래스고 기후협약' 도출 후 마무리 발언을 하며 고심에 잠긴 모습. [AFP=뉴스1]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주요 합의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주요 합의 내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각국은 글래스고 기후협약을 통해 내년에 2030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목표치인 ‘1.5도’에 맞게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2015년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197개국이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1.5도 제한’을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2030 탄소 감축 목표안을 제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COP26 참가국들 중엔 목표치를 제출하지 않거나 업데이트하지 않은 나라도 있었다. 내년에 다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도록 해서 각국별 목표치를 재점검하기로 한 건 이때문이다. 즉 이번에 숙제를 제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제출한 나라들이 등장함에 따라 참가국들은 내년에 다시 '숙제 검사'를 하기로 했다. 그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5년마다 제출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내년으로 시점을 당겼다.

전 세계 2030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실, OECD 『Air and GHG emissions』]

전 세계 2030년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실, OECD 『Air and GHG emissions』]

또 글래스고 기후협약에는 탄소 저감장치가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유엔기후협약 합의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제한 조치가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안후이성의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 안후이성의 석탄화력발전소 모습. [EPA=연합뉴스]

그런데 이 문구는 당초 초안에선 ‘단계적 축소(phase down)’가 아닌 ‘단계적 폐지(phase out)’로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 화석연료’ 국가들이 반발하며 결국 후퇴안으로 최종 합의됐다. 13일 저녁까지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유럽연합(EU), 중국, 인도 측 대표단과 30분간 회의하며 관련 협상을 벌였지만, 인도가 막판까지 표현 수정을 요구하면서 결국 ‘폐지’가 ‘축소’로 완화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부펜데르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은 “부자 국가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나라들과 개발도상국 이익 보호와 관련해 ‘역사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인도는 신흥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회의를 통해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재원을 오는 2025년까지 2019년 200억 달러(약 23조5900억 원)에서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개도국이 요구했던 ‘글래스고 손실 및 피해 기금’ 설립은 미국과 EU 등 선진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아프리카 기니는 “손실 및 피해 방지, 최소화. 해결을 위한 활동 기금 마련에 대화만 겨우 시작된 수준이다.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반발했다.

인도 자르칸드주(州)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자르칸드주(州)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회의의 최대 진전으론 파리기후변화협약 6조인 국제 탄소 시장 지침이 최종 합의되면서 ‘파리협약 세부 이행규칙’(카토비체 기후 패키지)이 완결된 점이 꼽힌다.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들어 탄소배출 감축분이 거래국가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상’을 막는 방안이 합의됐다. 다만 사업 감독, 관리 체계 마련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해 글로벌 탄소시장이 온전히 운영되기까지는 약 1~2년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COP26에선 콩코,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세계 100여 개국이 2030년까지 산림 파괴를 멈추고 토양 회복에 나서는 ‘산림·토지 이용 선언’과, 역시 2030년까지 한국 등 100여 개국이 메탄 배출량을 30% 감축하는 ‘국제 메탄서약’도 나왔다. 지난 10일엔 미국과 중국 두 나라 기후 대표가 양국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인식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겠다는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깜짝’ 훈풍이 불기도 했다.

투발루 섬의 사이먼 코페 장관은 11월 4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COP26)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바다와 물 속에서 연설해 눈길을 끌었다. 투발루는 바다에서 몇 미터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섬 중 하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SNS]

투발루 섬의 사이먼 코페 장관은 11월 4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총회(COP26)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바다와 물 속에서 연설해 눈길을 끌었다. 투발루는 바다에서 몇 미터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섬 중 하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사진 SNS]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기후 참사의 문을 노크하는 중”이라며 “우리의 연약한 행성은 한 가닥 실에 매달려 있다”고 말했다.

내년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2023년 제28차 총회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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