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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악몽 반복 없다"…이재명, 김혜경 낙상 해명 총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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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가 지난 8월 아내 김혜경 여사와 함께 쇼핑하고 있다. 이 후보는 경선레이스 초기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친밀한 부부 사이를 드러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후보(오른쪽)가 지난 8월 아내 김혜경 여사와 함께 쇼핑하고 있다. 이 후보는 경선레이스 초기 이 사진을 공개하면서 친밀한 부부 사이를 드러냈다. 페이스북 캡처


“제가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말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제가 잠시 기절했었는데 눈을 딱 뜨는 순간에 우리 남편이(웃음) ‘이 사람아’ 하면서 막 울고 있는 거예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3일 경남 거제에서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 ‘명심캠프’에서 부인 김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자, 김씨가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한 말이다. 김씨는 “제가 이번에 사고가 있어 다쳐보니까 옆에서 손잡아 주는 남편이 있다는 게 너무 든든한 거 같다”며 지난 9일 새벽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이 후보는 “밤에 이 사람(아내 김씨)이 화장실에 가더니 갑자기 비명 비슷하게 나더니 ‘쾅’ 소리가 났고 정신을 잃고 있더라”며 “‘이 사람이 가면 어떡하지’라며 살아온 인생이 갑자기 쫙 떠올랐다. (아내가) 너무 불쌍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화 연결이 끝난 뒤엔 영상 편지로 “당신이 그날 쓰러져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걸 보니 살아온 몇십년이 떠오르면서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같이 살아줘서 고맙고, 나 때문에 긴 인생을 많이 고통스럽게 보냈는데 미안하다. 사랑한다”라고도 했다.

김씨는 9일 새벽 경기 성남 자택에서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후보는 직접 119에 신고하고 응급실까지 함께 간 뒤 이날 일정을 전부 취소했다. 그러자 SNS에서 허위 소문이 돌았다. 이 후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제가 때려서 그렇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누가 일부러 (허위사실을 유포)한 거다. 몇 시간 만에 전국 카카오톡 망에 쫙 뿌려졌다”고 말했다.

허위사실에 네티즌 고발, 의무기록·사진 공개한 與

민주당 선대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10일 오전 민주당은 기자단에 “허위사실과 가짜뉴스에 대해 법적 조치를 비롯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공지했다. 반나절만인 이날 오후엔 네티즌 2명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2일 배우자 수행실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과 함께 김씨의 병원 이송 당시 CCTV 사진과 의무 기록을 공개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선대위 배우자실장 이해식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일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여사의 병원 이송 사진을 공개했다. 노란 동그라미 안은 이 후보가 김 여사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민주당 후보 선대위 배우자실장 이해식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9일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여사의 병원 이송 사진을 공개했다. 노란 동그라미 안은 이 후보가 김 여사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선대위 현안대응 TF는 14일 이 후보의 신고 당시 녹취록 전문과 음성 파일까지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사고 당일 이 후보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집 주소를 알리고, 아내의 상태에 대해 “토사곽란(구토와 설사를 동반한 증상)에 얼굴이 좀 찢어져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TF 단장인 김병기 의원은 “(이 후보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달리, 대통령 후보자인데도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일반 시민의 자세로 신고했다”고 두둔했다.

2018년의 악몽…‘가짜뉴스 초기대응’ 총력전

이 후보와 민주당이 이번 ‘가짜 뉴스’ 사태에 초강력 대응을 하는 건 2018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의 교훈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 ‘정의를 위하여’(08__hkkim)의 정체를 놓고 온라인에선 “김혜경씨 계정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이 후보 측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김씨는 이후 검·경 수사까지 받았다. 김씨는 그해 12월 검찰에서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정치인으로서 이 후보가 받은 타격은 적잖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3일 경남 거제 옥계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유튜브 생방송 '명심캠프'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민주당 의원, 이 후보, 이동학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13일 경남 거제 옥계해수욕장에서 진행된 유튜브 생방송 '명심캠프'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준호 민주당 의원, 이 후보, 이동학 최고위원. 연합뉴스

민주당 선대위 핵심인사는 “당시 김 여사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이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유포됐다”며 “그런데 현재 낙상사고 관련한 허위사실이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퍼지는 흐름이 당시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번 겪어본 상황이다 보니 초기부터 강도 높게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짜 뉴스’에 대한 경계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14일 댓글조작 감지 프로그램 ‘크라켄’을 공개했다. 포털 기사 댓글을 분석해 여론조작을 위한 조직적 정황이 드러나면, 당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미 당 대선 경선때부터 악성 댓글 감지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쓰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본부장급 인사는 “가짜뉴스가 온라인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진 뒤, 입소문까지 타면 바로잡기 불가능하므로 초기 대응이 절실하다. 이번 선거에선 ‘가짜뉴스 대응’ 총력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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