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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을 '형'이라 부르는 대통령…핵미사일 달라며 공개 협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난민 수천명이 몰린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 지대에서 폴란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난민 수천명이 몰린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 지대에서 폴란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폴란드와 벨라루스의 국경 난민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 간 힘 대결로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폴란드 지원에 나서고, 러시아가 벨라루스의 뒷배로 나서면서다. 당초 벨라루스가 자국내 중동 난민 수천 명을 폴란드쪽 국경으로 몰자 폴란드 병력이 이를 막으면서 시작된 '난민 밀어내기' 갈등이 이젠 군사적 충돌 위기로 커졌다.

“러 핵 탑재 미사일 들이겠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사거리 500㎞에,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시스템이 벨라루스에 배치되기를 바란다"는 폭탄 발표를 내놨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귀찮게 하고(조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거리 500㎞에 핵 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건 인접국들에 대한 공개적인 핵 위협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당신이 움츠러들지 않는 것이며,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동생이 다치게 놔두지 않을 형이 내 뒤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고도 공개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를 통과해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의 가스관을 끊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도 내놨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겉으로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한 발 거리를 두면서, 뒤로는 폭격기를 보내는 등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가 제기한 '난민 사태 기획설'을 부인했다. 그는 "러시아는 난민 사태와 관련이 없다"며 "난민 위기는 유럽 국가를 포함한 서구 자체가 불러온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가스관에 대해서도 "루카셴코 대통령이 화가 많이 나서 한 말일 것"이라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러시아는 난민 사태로 인해 폴란드와 벨라루스 간 대치가 격화된 상황에서 10~11일 이틀 연속으로 벨라루스 상공에 폭격기를 보낸 바 있다. 벨라루스 국방부와 러시아군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 폭격기들이 이틀간 폴란드 국경에서 60㎞ 떨어진 훈련장에서 폭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폴란드 국경 앞에서 폭격 훈련

8일(현지시간)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쿠즈니카 지역에 모여 있는 중동 난민들. 이들은 폴란드로의 이주를 희망하며 벨라루스 쪽에서 국경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쿠즈니카 지역에 모여 있는 중동 난민들. 이들은 폴란드로의 이주를 희망하며 벨라루스 쪽에서 국경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폴란드 엄호에 나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군도 흑해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 루마니아 국방부는 13일 미국, 터키,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4개국 군함 7척이 전날 흑해 공해 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나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NAC)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나토 동맹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의 국경에서 벨라루스의 추가 도발 위험을 경계하고 동맹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감시할 것"이라며 "나토 동맹국들은 벨라루스가 이러한 행동을 중단하고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존중하며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U에서는 탈퇴했지만 나토에 가입된 영국은 아예 폴란드에 공병 부대를 파병하기로 했다.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CNN 인터뷰에서 "영국과 폴란드는 오랜 역사적 우정을 쌓은 나토 동맹국"이라며 "영국은 폴란드 국경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무엇을 지원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폴란드에 소규모 부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 공병대의 지원에 앞서 (공병대를 배치하기 전) 이를 위한 정찰이 시작됐다"며 "우리는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의 장벽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英 전투기, 러 폭격기에 초근접 비행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Tu-160 폭격기의 벨라루스 상공 정찰 사진.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Tu-160 폭격기의 벨라루스 상공 정찰 사진. [AP=연합뉴스]

영국 전투기들이 러시아 투폴레프(Tu)-160 폭격기에 초근접 비행을 했다며 러시아 국방부가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13일 러시아 국방부는 영국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들이 바렌츠해, 노르웨이해, 북해 등의 공해 상공에서 정례 비행 중이던 러시아 Tu-160 전략폭격기들에 초근접 비행을 했고 비난했다.

닉 카터 영국 국방참모총장은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사이의 우발적인 전쟁 발발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3일 영국 타임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냉전 시대에 긴장을 완화해주던 외교적 장치가 없다"며 탈냉전 이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최고조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경선 시리아 청년 시신 발견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 텐트를 치고 장작을 불태우고 있는 중동 난민들. [AP=연합뉴스]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 텐트를 치고 장작을 불태우고 있는 중동 난민들. [AP=연합뉴스]

갈등의 단초가 된 국경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시리아·이라크·예멘 등 중동에서 올라온 난민 수천 명이 국경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가운데 폴란드 경찰은 국경 인근 숲에서 시리아 청년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벨라루스 군인들이 철조망으로 된 국경 울타리를 뚫으려 하는 일이 있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국경 군인들 간의 비방전도 이어졌다.

현재 벨라루스와 맞닿은 폴란드 쿠즈니카 국경 앞에 난민 수천 명이 폴란드로의 이주를 희망하며 텐트를 치고 월경을 시도하고 있다. 폴란드와 EU는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난민들을 의도적으로 EU 지역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EU 국가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3국은 국경에 철조망과 장벽을 설치하고 경비를 강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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