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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2000명 폴란드 밀어내기…벨라루스 독재자의 인해전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유럽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동부의 쿠즈니카에 8일(현지시간) 난민 2000여 명이 몰려 들면서 두 나라 간 국경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8일(현지시간) 폴란드 동쪽 접경 지역 쿠즈니카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폴란드 동쪽 접경 지역 쿠즈니카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 정부는 이날 긴급 위기 회의를 소집해 1만2000명의 병력을 쿠즈니카 접경 지역에 배치했다. 난민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철조망도 추가로 설치했다. 벨라루스발(發) 난민 유입 문제는 올해 들어 꾸준히 제기 됐지만, 이날 하루 워낙 많은 인파가 순식간에 몰려 들어 국경이 뚫릴 뻔한 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8일(현지시간) 폴란드 동쪽 접경 지역 쿠즈니카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타스=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폴란드 동쪽 접경 지역 쿠즈니카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타스=연합뉴스]

미하우 토카르치크 폴란드 국경수비대 대변인은 CNN에 “벨라루스 정부가 대규모 이민자 집단을 폴란드 국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이 같은 벨라루스의 ‘이민자 밀어내기’를 “적대 활동”으로 규정했다.

수천 명의 난민들은 벨라루스 국경 수비대와 폴란드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벨라루스 국경수비대는 되돌아오는 것을 막고, 폴란드는 넘어 오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난민들은 텐트를 치고 불을 피우며 야영을 하고 있다.

이라크 출신의 바르와 누스레딘 아흐메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8일 이쪽으로 오기로 한 건 우리의 결정이지만, 벨라루스 정부도 우리를 밀어내고 있다”며 “우리가 (루카셴코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그의 형제 가족과 함께 지난 달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들어왔다.

8일(현지시간) 폴란드 동쪽 접경 지역 쿠즈니카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폴란드 동쪽 접경 지역 쿠즈니카에 난민 수천 명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AP=연합뉴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이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올해 여름부터 난민들을 “EU의 문 앞에 쏟아 놓는” 방식으로 무기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국에 들어 온 난민들을 국경을 맞댄 폴란드ㆍ리투아니아ㆍ라트비아에 적극 떠넘기는 ‘인해전술’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부정선거로 권력을 연장한 루카셴코 정권은 올 5월 반체제 인사를 잡기 위해 민항기를 전투기로 위협해 강제 착륙시키는 일로 국제사회를 경악케 했다. EU는 즉시 벨라루스 국적기의 EU 내 비행을 금지시키고, 국방ㆍ교통장관 등 고위 인사에 대한 자산 동결과 비자 발급 중단 등 제재를 가했다.

폴란드 국경에서는 지난 8월 이후 3만 명 이상의 난민이 불법 입국을 시도했으며, 지난 한 달 간 1만 11300건이 적발됐다. 난민들은 주로 이라크ㆍ시리아ㆍ콩고ㆍ카메룬 등 아프리카ㆍ중동계라고 한다. 이들은 주로 터키ㆍ우크라이나에서 벨라루스로 들어 온 뒤 폴란드 또는 독일에 정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정선거로 권력을 연장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부정선거로 권력을 연장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AP=연합뉴스]

난민 유입이 급증하자, 폴란드 의회는 지난 달 말 동부 국경 100㎞에 장벽을 신설하는 3억5300만 유로(약 4820억원) 예산을 통과시켰다.

앞서 벨라루스의 야당 지도자들과 정부 비판 세력들도 탄압을 피해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으로 대거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루카셴코 정권은 유럽에서 고립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유럽 대륙 내 우군 확보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벨라루스에 밀착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루카셴코 대통령과 화상 회의를 갖고 “외부 국경에 안보와 안정 조성이 중요하다”며 “‘형제’ 벨라루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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