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후 20·30세대 당원 탈당이나 선대위 구성 등을 놓고 윤 후보 측과 얼굴을 붉혔다면, 최근엔 화살을 돌려 이 후보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벌어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날 이 대표는 이 후보 가족에 대한 공세를 예고했다가 이 후보 측과 험악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윤 후보의 리스크를 거론하며 “본부장’(본인·부모·장모)”이라고 표현하자, 이 대표는 “우리 후보의 가족을 건드렸으니 앞으로 자신감 있게 이 후보의 가족을 건드리겠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 측이 “패륜적 망언을 사과하라”(박찬대 의원)고 발끈했지만, 이 대표는 이 후보의 과거 욕설 논란을 언급하며 “가족 간에 욕설하는 게 패륜”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이 후보의 공약과 선거 전략도 맹비난했다. 이 후보가 11일 “부동산 개발에서 나온 이익으로 전 국민에게 암호 화폐를 지급하는 걸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자 이 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리겠다는 자세한 설명에 나섰다”며 “차라리 ‘이재명 헛소리 NFT’(대체불가 토큰)를 발행하면 재미라도 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의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선거 운동을 놓고는 12일 “이 후보의 초호화 버스와는 다르게 우리 당의 선거 차는 훨씬 실용적이고 등장부터 재미있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당 관계자는 “최근 3일간 이 대표가 올린 SNS 글(14일 오전 기준) 5개 중 4개가 이 후보를 저격하는 글”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이 대표는 이 후보보다는 같은 당 윤 후보 측과의 갈등으로 더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 대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일부 당원들은 “이 대표가 이 후보는 놔두고 윤 후보만 공격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며칠 새 이 후보 공격에 힘을 쏟는 것을 두고 “내분 양상이 길어지면 당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이 대표가 윤 후보 측 일부 캠프 인사들을 ‘하이에나’에 비유하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자, “이 대표를 퇴출해야 한다”는 윤 후보 지지자들의 글이 최근 당원 게시판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당내에선 “전투를 앞두고 집안싸움부터 하는 꼴”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20·30대 남성들이 즐겨 이용하는 ‘에펨코리아’ 등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공유하는 등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나선 이 후보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이 대표가 이 후보의 행보를 일종의 ‘영역 침범’으로 인식하고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4일 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인 이영 의원과 함께 온라인 여론조작을 막는 프로그램인 ‘크라켄’을 공개했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이용된 ‘킹크랩’ 프로그램을 잡아먹겠다는 의미로 크라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주요 포털의 기사를 크롤링(crawling·온라인상 정보 수집 및 가공)해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댓글 조작 등 이상 행위를 자동 분석한 뒤 모니터링 요원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 후보를 저격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이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 저들의 잘못을 카카오톡과 댓글로 열심히 쓰자”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 후보는 정치하면서 조직 여론 방식으로 이득을 봤다”며 “대선 후보의 행보치고는 자잘하고 구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