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명 '이대남' 공략…'尹갈등' 접은 이준석 공방 거칠어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후 20·30세대 당원 탈당이나 선대위 구성 등을 놓고 윤 후보 측과 얼굴을 붉혔다면, 최근엔 화살을 돌려 이 후보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2일 벌어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날 이 대표는 이 후보 가족에 대한 공세를 예고했다가 이 후보 측과 험악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가 지난 10일 윤 후보의 리스크를 거론하며 “본부장’(본인·부모·장모)”이라고 표현하자, 이 대표는 “우리 후보의 가족을 건드렸으니 앞으로 자신감 있게 이 후보의 가족을 건드리겠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 측이 “패륜적 망언을 사과하라”(박찬대 의원)고 발끈했지만, 이 대표는 이 후보의 과거 욕설 논란을 언급하며 “가족 간에 욕설하는 게 패륜”이라고 맞받았다.

이 대표는 이 후보의 공약과 선거 전략도 맹비난했다. 이 후보가 11일 “부동산 개발에서 나온 이익으로 전 국민에게 암호 화폐를 지급하는 걸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자 이 대표는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리겠다는 자세한 설명에 나섰다”며 “차라리 ‘이재명 헛소리 NFT’(대체불가 토큰)를 발행하면 재미라도 있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의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선거 운동을 놓고는 12일 “이 후보의 초호화 버스와는 다르게 우리 당의 선거 차는 훨씬 실용적이고 등장부터 재미있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당 관계자는 “최근 3일간 이 대표가 올린 SNS 글(14일 오전 기준) 5개 중 4개가 이 후보를 저격하는 글”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이준석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 후보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이준석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간 이 대표는 이 후보보다는 같은 당 윤 후보 측과의 갈등으로 더 주목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 대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일부 당원들은 “이 대표가 이 후보는 놔두고 윤 후보만 공격한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랬던 이 대표가 며칠 새 이 후보 공격에 힘을 쏟는 것을 두고 “내분 양상이 길어지면 당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앞두고 이 대표가 윤 후보 측 일부 캠프 인사들을 ‘하이에나’에 비유하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자, “이 대표를 퇴출해야 한다”는 윤 후보 지지자들의 글이 최근 당원 게시판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당내에선 “전투를 앞두고 집안싸움부터 하는 꼴”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최근 20·30대 남성들이 즐겨 이용하는 ‘에펨코리아’ 등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공유하는 등 ‘이대남’(20대 남성) 공략에 나선 이 후보에 대한 견제 성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 이 대표가 이 후보의 행보를 일종의 ‘영역 침범’으로 인식하고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 행사에서 비단주머니를 들고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영 디지털위원장, 이 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대선 여론조작 방지를 위한 온라인 싸드, 크라켄 공개’ 행사에서 비단주머니를 들고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영 디지털위원장, 이 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임현동 기자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4일 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인 이영 의원과 함께 온라인 여론조작을 막는 프로그램인 ‘크라켄’을 공개했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이용된 ‘킹크랩’ 프로그램을 잡아먹겠다는 의미로 크라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주요 포털의 기사를 크롤링(crawling·온라인상 정보 수집 및 가공)해서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댓글 조작 등 이상 행위를 자동 분석한 뒤 모니터링 요원에게 전달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 후보를 저격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이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언론사가 돼야 한다. 저들의 잘못을 카카오톡과 댓글로 열심히 쓰자”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이 후보는 정치하면서 조직 여론 방식으로 이득을 봤다”며 “대선 후보의 행보치고는 자잘하고 구태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