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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녀 툰베리 “한마디로 어쩌고 저쩌고”, 기후회의 혹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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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가 1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대해 “엉터리”라며 “진짜 행동은 회의장 밖에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주 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약 200개국은 같은 날 “지구의 온도 상승을 최대한 섭씨 1.5도 가량으로 유지한다”는 최종 선언문을 채택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의 ‘2도 보다 훨씬 아래, 1.5도로 유지’의 목표치를 재확인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툰베리는 트위터에 “COP26이 끝났다. 간단히 요약하면: 어쩌고, 저쩌고(blah, blah, blah).”이라고 썼다. 이어 “진짜 행동은 회의장 밖에서 계속된다”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가 말의 성찬이었을 뿐 실질적인 성과는 크지 않다는 점을 비꼬는 말이었다.

환경 운동 단체 레드 레벨스가 13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대성당에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장례식 의식을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환경 운동 단체 레드 레벨스가 13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대성당에서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장례식 의식을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툰베리는 “COP26가 끝나 가는데, ‘좋은 것’ ‘희망적’ ‘옳은 방향으로의 진전’ 등 ‘그린워싱’(포장)의 쓰나미를 주의하라”고 올리기도 했다. 2019년 제25회 회의(COP25)에 초대받았던 툰베리는 이번 COP26에는 정식 초청을 받지는 못 했다. 지난 달 30일 글래스고로 들어와 환경 운동 단체들과 함께 회의장 밖에서 “정상들의 행동 없는 약속”을 비판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파리협약 이후 6년 뒤에 열린 COP26은 환경 문제에 있어 또다른 분기점이 될 회의로 꼽혔다. 각국의 산불·홍수 등 이상 기후에 더해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문제가 터진 와중에 열리게 된 터였다.

존 케리 미 백악관 기후변화특사와 셰젠화 중국 기후특사가 13일(현지시간) COP26 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존 케리 미 백악관 기후변화특사와 셰젠화 중국 기후특사가 13일(현지시간) COP26 회의장에서 논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COP26은 파리협약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각국 대표단은 한계점을 지나치는 궤도에 올라 탄 지구를 남겨둔 채 글래스고를 떠났다”며 “동시에 자연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훼손과 고조되는 기후 위기의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고 요약했다.

국제 환경 운동 단체인 레드 레벨스는 COP26 폐막일 영국 글래스고 대성당에서 기후변화회의가 실패했다는 의미의 장례식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각국은 선언문을 통해 2030년까지 전체 탄소 배출량을 45% 감축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석탄 발전’ ‘화석연료 보조금’을 온난화의 주범으로 명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만 “탄소 배출을 10년 내로 현재의 절반 가까이 줄여야 하는데,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아미나스 쇼나 환경ㆍ기후변화 장관은 “1.5도냐, 2도냐의 차이는 우리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며 “다른 국가들의 ‘균형 있고 실용적인’ 접근은 몰디브에는 너무 늦은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의 화력발전소 문제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반발로 ‘폐지(phase out)’라는 용어 대신 “‘감축(phase-down)’하는 노력을 가속한다”는 내용으로 완화됐다.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이 회의 막판 “현재까지 우리의 기후를 향한 야망과 행동이 파리협약에 못 미치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13일(현지시간) COP26에 참석한 한 대표단이 얼굴을 감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COP26에 참석한 한 대표단이 얼굴을 감싸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당초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조성하기로 했던 1000억 달러의 기후기금은 2025년까지 모으기로 재조정됐다. 이를 위해 관련 재정 지출을 “최소 두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비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회의 막판 존 케리 백악관 기후변화 특사와 셰젠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특사가 미중 간 깜짝 합의를 발표한 점은 의미가 있었다. 탄소 배출국 최상위 그룹인 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협력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며 큰 틀의 방향성을 합의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제니퍼 모건은 “1.5도 목표가 겨우 살아있는 약한 합의였지만, 석탄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일종의 신호는 발신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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