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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페미니즘" 글 공유한 이재명…이대남 잡고 페미 손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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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님. 그렇게 하신다고 약속해주시면 정말 기쁜 마음으로 찍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의 일부다. 이 후보는 이날 “한번 함께 읽어보시지요”라는 글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게시된 ‘홍카단이 이재명 후보님께 드리는 편지’란 제목의 글을 공유했다. ‘홍카단’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의원의 지지자를 일컫는 말이다.

해당 글 작성자는 “(민주당이) 180석의 의석을 갖고 하는 거라곤 페미니즘의 광기에 사로잡혀 관념적 정의만 읊어대는 것이었다”며 “그래선 전 홍준표를 택했다. 페미니즘을 깨부숴달라는 요청에 유일하게 진지하게 응답해줬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이 후보를 향해 “이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페이스북에 ″한번 함께 읽어보시지요″라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글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페이스북에 ″한번 함께 읽어보시지요″라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글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캡처

李, ‘反페미’ 글 공유…“청년 절규 전하고 싶었다”

‘페미니즘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이 후보가 공유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중앙선대위 회의 직후 참석자들에게 ‘2030 남자들이 펨코에 모여서 홍(홍준표)을 지지한 이유’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함께 읽어보자며 내용을 프린트해서 배포했다. 해당 글 작성자 역시 “민주당 의원들은 각종 페미(페미니즘)와 관련하여 젊은 남자들을 배척했다”며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페미 우선 정책과 차별화를 이뤄낸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글을 잇달아 공유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그 글을 읽어보길 권유한 이유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날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해당 글에) 동의한 것은 아니고 저와는 아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연일 ‘반(反)페미니즘’ 메시지를 공유하는 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한 뒤 무주공산이 된 20·30대 남성 표심을 공략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홍 의원에 지지를 몰아줬던 젊은 남성들 표심을 끌고 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차이를 좁히겠다는 계산이다. 한 선대위 소속 인사는 “이 후보가 글 내용에 동조하는 건 결코 아니다”라며 “다만 홍 의원을 지지했던 청년 남성들의 분노를 인지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공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남’ 지지율 李, 尹에 2배 이상 뒤져

20대 남성은 이 후보가 특히 고전 중인 지지층이기도 하다. 리얼미터가 지난 9일(오마이뉴스 의뢰, 7~8일 조사)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는 18~29세 남성에게 20.5% 지지율을 얻어, 52.1%를 기록한 윤 후보에 2배 이상 뒤쳐졌다. 이는 같은 연령대 여성 지지율이 이 후보, 윤 후보 각각 26.2%, 31.5%로 나타나 비등한 수준인 것에 비해 두드러지는 격차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주요 대선 후보 20·30대 성별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주요 대선 후보 20·30대 성별 지지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를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이대남’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의제에 대해 ‘이대남’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9일엔 청년 남성층에서 폐지 주장이 나오는 여성가족부에 대해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조정을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8일엔 차별금지법에 대해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일방통행식 처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속도조절론’을 폈다.

“민주당 가치와 맞지 않아” 당내 우려도

그러나 이처럼 특정 성별에 치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홍 의원은 젠더 갈등을 부추겨 표를 얻었는데, 이 후보도 이에 편승하려는 것 같다”며 “부당한 차별을 지양하자는 민주당의 기본 가치에 맞지 않는 모습일 뿐 아니라, 선거 전략으로도 위험해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 의도가 그런 게 아니라 할지라도 남성표를 위해 여성 유권자는 배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우려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젠더 이슈에 민감한 정의당과의 협력은 더 요원해질 수도 있다. 이날 정의당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 촉구대회’를 열고 차별금지법에 유보적 입장을 낸 이 후보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여영국 대표는 “4년 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 입법에 찬성한다던 이 후보가 이제는 집권당 후보가 되자 ‘속도조절 해야 한다’며 가로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건강한 페미니즘 운운하며 무지한 여성혐오관을 드러낸 윤 후보가 차별금지법을 찬성할 것이라고는 일말의 기대도 없었다. 그러나 이 후보도 역시 오십 보 백 보였다는 것을 이번에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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