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故최숙현 선수 가혹행위' 감독·주장, 각 징역 7년·4년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故) 최숙현 가혹 행위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김규봉 감독이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고(故) 최숙현 가혹 행위 핵심 피고인 중 한 명인 김규봉 감독이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전 감독 및 주장이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7년과 4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1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42) 전 감독과 주장으로 활동했던 장윤정(32)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김 전 감독에게 징역 7년, 장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전 감독은 숙소 생활을 하는 선수들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이나 상해를 가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장씨도 다른 선수들이 후배 선수들을 상해하도록 교사하거나 피해 선수들을 폭행했다. 또 이들은 함께 피해 선수들에게 많은 양의 과자나 빵을 먹게 해 괴롭히게 했다.

김 전 감독은 보조금 2억5000만원을 빼돌리고 선수들의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약 7400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도 받았다.

최 선수는 지난해 6월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7~2019년 소속팀인 경주시청 소속 감독과 팀닥터, 선배 선수 등을 모욕과 폭행 혐의로 고소한 때였다.

최숙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최숙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당시 공개된 최 선수의 일기 등 기록에는 체중 조절에 실패했다며 욕설을 듣고 새벽 시간 빵 20만원어치를 억지로 먹이고 토하기를 반복시켰다는 등의 무분별한 폭행ㆍ폭언이 오간 정황이 담겼다. 어떤 날은 ‘복숭아 1개를 몰래 먹었다’는 이유로 뺨을 20차례 이상 맞고 가슴ㆍ배를 차였다고도 한다.

지난해 2심을 맡은 대구고법은 김 전 감독과 장씨의 가해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전 감독은 최 선수 외에도 다수 소속 선수들에게 상습특수상해, 특수협박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30여 차례에 걸쳐 소속 선수들로부터 전지훈련 항공료 명목으로 돈을 편취했고, 70여 차례에 걸쳐 허위 견적서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주시 체육회에서 보조금을 타냈다.

법원은 “소속 선수인 피해자들은 훈련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끼고, 체육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고 운동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고인들이 수사 초기에 범행을 대부분 부인하면서 은폐 시도를 한 까닭에 최 선수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점도 언급됐다.

앞서 ‘팀닥터’로 불리며 최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하고 일부 여성 선수들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주현씨는 2심에서 징역 7년 6개월을 받고 상고했다가 이를 취하해 먼저 형이 확정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