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 물갈이 해야한다/「봉합된 파동」체질개선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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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임기응변식 기구 축소론 안돼/정치색벗고 「외도」차단이 초점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파동은 8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국방장관과 보안사령관의 문책인사로 일단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보안사의 업무나 체질개선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비단 군차원의 문제라기 보다는 자칫 잘못할 경우 정권차원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ㆍ여당의 인식이기도 해 보안사의 「수술」을 위한 가시적이고도 확실한 조치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격인사후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 민자당대표 최고위원의 회동에서 노대통령이 『군이 어떤 경우든 민간인 사찰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신임 이종구국방장관이 취임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보안사가 민간인을 사찰할 수 있는 어떤 권한이나 책임도 없다』고 강조한 것등은 이같은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장관은 보안사의 개편문제와 관련,『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는게 순리가 아니냐』『필요하다면 기구축소를 할 수도 있으나 최소한의 기능수행을 위해 필요한 인원들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해 개편의 기본방향을 암시했다.
보안사는 자유당시절 「특무대」로부터 출발했다. 60년대 각군 방첩대를 거쳐 77년 9월 대통령령 제8704호에 따라 3군 보안부대를 통합,창설되면서 당시 중앙정보부에 버금가는 「권부」로 등장했다.
당초 창설취지는 북한의 공작전술에 대한 일관성있는 대응책 마련과 인력 및 예산을 절감키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79년 당시 전두환사령관이 12ㆍ12사태로 국가 권력을 장악한 뒤 5공정권 창출과 국정운영 전반에 깊이 간여함으로써 군의 정치개입에 전위대 역할을 해 국민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6공들어 사회전반의 민주화분위기속에서 기구개편 및 인원축소 등 나름대로 변신의 노력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국방부가 보안사의 기능을 군에 관한 정보수집과 수사업무에만 국한시킨다는 방침아래 인원 및 기구축소에 착수,6처5실에서 5처4실로 조정한데 이어 전국의 분실 중 1백16개를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보안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본질적으로 고쳐지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이번의 개혁조치만은 「획기적이고 근원적인 수술」이어야 한다는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다.
이제까지 정보ㆍ보안ㆍ대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보안사는 이들 업무와 관련,첩보수집을 위해 군내는 물론 민간에 대해서도 별도의 「권능」을 내세워 무소불위의 활동을 해온 것이 관행이었다. 특히 군부의 영향력이 막강한 우리나라의 정치특수성에 편승,군부장악의 신경조직으로 통치권에 연결돼와 국방부의 직할부대이면서도 장관의 지휘권밖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임 이상훈장관이 퇴역기자 회견에서 『앞으로 장관이 장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보안사 요원들의 경우 승진이나 전보등 인사도 해당군 총장의 권한을 벗어나 사령관 재량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신임 이장관이 『엄격하게 지휘통제해 대민사찰을 없애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과연 어떤 식으로 장악,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보안사의 개혁은 「정치색」의 탈색과 각종 「외도」의 원천차단에 초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군사보안업무 시행규칙등 관계법규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고 직제를 재조정하는 제도적 접근과 동시에 의식과 체질이 굳어진 고참요원들의 완전한 물갈이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한 기구 및 인원축소만으로는 체질개선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국방부는 이미 상부로부터 지침을 받아 실무선에서 개선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토중인 내용중에는 ▲보안사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대공업무를 안기부에 넘기는 방안 ▲전국각지 보안사분실을 필수불가결한 곳만 남기고 철수시키는 방안 ▲요원들의 국회ㆍ행정부 출입중단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에서는 통합이전의 체제로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때 임기응변식으로 제시되는 개선책이나 조치로는 부족하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과거 어느 사안보다도 크기 때문에 이번만은 정부의 결단과 확고한 의지가 반영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 같다.<이만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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