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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야 대선후보, 무책임한 돈 풀기 경쟁 멈춰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설명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은 김부겸 국무총리. 김 총리는 야당 질의에 “재정운용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임현동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예산안 설명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왼쪽은 김부겸 국무총리. 김 총리는 야당 질의에 “재정운용을 방만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임현동 기자

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윤 “자영업자 50조”

미래 세대 빚 폭탄 생각 않고, 포퓰리즘 대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현금 퍼주기 경쟁에 합류했다. 윤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새 정부 출범 후 100일간 50조원을 들여 정부의 영업시간·인원 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후보 수락 연설에서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고 1000조원 넘는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강행 요구를 모두 포퓰리즘으로 비판했다. 이번 대선을 아예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러더니 정작 본선 무대에 오르자마자 여당의 재정중독을 견제하기는커녕 재정 포퓰리즘에 가세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실효성도 미미한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윤 후보의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인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건 원칙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 없이 섣부르게 현금 보상 약속부터 하는 건 근본적으로 표를 사기 위한 무책임한 공약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윤 후보가 약속한 50조원은 2022년도 정부 제출 예산안의 8.3%에 달한다. 가뜩이나 나랏빚 느는 속도가 세계 1위고, 잠재성장률은 꼴찌인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러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다른 얘기가 나온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도 “내년 예산에 다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은 더 기가 막힌다. 이 후보는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원가량인데,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며 재정 풀기에 반대하는 정부를 오히려 몰아세웠다.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데도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 역시 “국격이나 초과 세수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 후보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올해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무려 104조원에 달한다. 더 거둔 세금 31조5000억원은 이미 2차 추경으로 다 썼고, 추가로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10조원 역시 국가재정법상 국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게 돼 있다.

정작 여론은 싸늘하다. 국민의 60.1%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입장이다. 당장 내 손에 쥐어진 100만원보다 미래에 돌아올 빚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걸 국민은 알고 있는데, 정치권은 미래 세대에게 빚 폭탄 떠넘길 궁리만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